등록 : 2019.10.08 07:44
수정 : 2019.10.09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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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로 사지가 마비된 28살 프랑스인 티보가 뇌에 임플란트를 심고 외골격장치(엑소스켈레톤)를 입은 뒤 걷겠다는 생각만으로 걷고 있다. 랜싯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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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권의사람과디지털]
뇌에 뇌파 읽는 전극심고 외골격장치 조종
사고로 마비된 지 4년 만에…현재는 손동작 훈련
“27개월째 문제없는 뇌 임플란트 고무적 성과”
사지가 마비된 장애인이 뇌파로 작동하는 외골격장치(엑소스켈레톤)를 입고 다시 걷는 데 성공했다. 지난 3일 학술지 <랜싯>(신경의학)에는 최초로 뇌의 신호를 읽어내는 전자칩을 통해 외골격장치를 작동시켜 걷는 데 성공했다는 프랑스 그르노블 알프스대학의 알림 루이 베나비드 교수진의 논문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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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그르노블대 연구진은 티보의 뇌에서 사지의 동작을 관할하는 부위의 두개골을 열어 64개의 전극이 있는 임플란트를 심었다. 이후 무선장치를 통해 뇌파를 해석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어 외골격장치의 동작과 연계시켰다. 랜싯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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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과 <뉴 사이언티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리용에서 안경사로 일하던 28살 청년 티보는 4년전 발코니에서 12m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로 목이 부러져, 어깨 아래로 팔과 다리가 마비됐다. 베나비드 교수진과 생명공학벤처기업 클리나텍은 뇌 신호로 작동하는 외골격장치를 개발하고 마비 환자의 뇌와 두피 사이에 전자칩을 부착하고 이를 통해 외골격장치를 조종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진은 티보의 뇌를 스캔해 걷거나 팔을 움직이는 동작을 생각할 때 뇌의 어떤 부위가 활성화하는지를 파악해 뇌 지도를 만들었다. 팔 다리 동작에 관여하는 뇌의 두개골 부분 2곳에 각각 5cm 크기인 64개씩의 전극을 심은 두뇌 센서 임플란트를 이식했다. 연구진은 임플란트가 읽어들이는 뇌 신호를 신체 조작 신호로 변환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이 조작 신호대로 작동하는 외골격장치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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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비환자 티보는 걷기 동작 전에 수개월동안 비디오게임과 유사한 시뮬레이션 장치에서 뇌파로 손과 다리를 움직일 수 있도록 정교하게 명령을 내리는 훈련을 해왔다. 랜싯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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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이후 팔 다리를 움직여보지 못한 티보는 수년만에 걷기에 성공한 이후 “마치 달에 처음 온 것과 같다”며 감격해했다고 <뉴 사이언티스트>는 전했다.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대학의 라비 바이다네이선 교수는 “엄청난 성과”라고 평가했다.
뇌파만으로 신체 외골격 장치를 조작하는 데는 뇌 임플란트, 소프트웨어, 엑소스켈레톤 외에도 착용자의 많은 훈련이 필요했다. 티보는 조작기술을 익히기 위해 처음에는 비디오게임처럼 외골격장치 아바타를 뇌파로 움직이는 훈련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여러 달 훈련했다. 이번에 두뇌 임플란트와 외골격장치를 이용해 걷는데 성공했지만, 독립적 보행은 불가능한 상태다. 현재의 외골격장치는 두발로 균형을 잡을 수 없어 넘어지지 않도록 외부 장치와 연결된 실험실 안에서만 작동하는 상태다. 연구진의 다음 목표는 외골격장치가 두 발로 균형을 잡으며 스스로 걷는 동작의 개발이다. 두 발로 균형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으면, 걷는 동작은 사실상 성공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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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치가 실용화될 경우 마비 환자가 뇌파만으로 휠체어를 조종하거나 다른 정교한 동작을 실행시킬 수 있다는 희망이 이뤄질 수 있다. 랜싯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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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것만이 아니라 팔과 손의 정교한 동작을 구현하는 연구도 진행중이다. 티보는 외골격장치의 손목을 돌리거나 목표물에 손을 뻗고 두 손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과 같은 복합적 임무를 훈련하고 있다.
특히 티보의 뇌 임플란트가 27개월째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다. 라비 바이다네이선 교수는 “실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중요한 단계로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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