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12 18:19
수정 : 2020.01.1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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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규석 부산 기장군수가 지난해 10월 부산시청 앞에서 부군수 임명권을 달라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기장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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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규석 기장군수, 4년 연속 미편성
식사는 ‘n분의 1’…경조사 땐 사비
오 군수 “군사정권 시절의 정보비
찜찜한 돈 안써도 소통 문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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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규석 부산 기장군수가 지난해 10월 부산시청 앞에서 부군수 임명권을 달라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기장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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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저녁 7시 부산 기장군 일광면의 한 식당에서 오규석 기장군수와 기장군 간부 10여명이 모였다. 새로 부임한 부군수를 환영하는 자리였다. 장어구이를 먹은 참석자들은 전체 음식값을 참석자 수로 나눠 저마다 지갑에서 3만~4만원씩 꺼내 지불했다.
자치단체장 업무추진비는 주로 직원·주민간담회 식사비와 직원 경조사비로 사용된다. 사용처와 기준이 모호해 ‘쌈짓돈’처럼 쓰여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오규석 군수는 2017년부터 4년째 업무추진비를 한푼도 편성하지 않아 눈길을 끈다.
3선 연임 중인 오 군수는 2010년 7월 취임해서 2016년까지 업무추진비로 해마다 480만~3062만원을 썼으나, 2017년부터는 쓰지 않았다. 비결은 돈을 나누어 내거나(갹출) 개인 돈을 쓰는 것이다. 오 군수는 간부들과 회식을 하거나 주민과 식사를 할 때 갹출을 하자고 말하고, 직원 간담회 밥값과 직원 경조사비를 내야 할 때는 개인 돈을 쓴다. 기관장이 주최하는 모임의 밥값은 기관장 업무추진비로 결제하는 관행에 익숙해진 참석자들은 오 군수의 갹출 요구에 당혹감을 토로하기도 한다.
오 군수는 “업무추진비는 군사정권 시절 정보비였다. 시대가 투명해졌고 바뀌었으니 시대에 맞게 옷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업무추진비를 사용하지 않아서 소통에 문제가 없느냐”고 묻자, 그는 “밥을 안 먹어도 소통은 된다. 내가 밥값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찜찜한 업무추진비 대신에 사비를 쓰면 된다. 업무추진비를 절감해서 청년 일자리 창출과 어린이집 무상급식 등 예산이 필요한 다른 분야에 더 관심을 기울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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