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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15 19:35 수정 : 2020.01.16 02:38

‘위기가구 실태조사’ 동행 취재
김포 양촌읍 위기가구 13곳 방문
8곳엔 사람 없어 안내문만 붙여
일부 “괜찮다…그런 일 없다” 경계
“사는 것 자체가 민폐” 하소연도

초인종이 울려도 인기척은 없었다.

15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의 한 임대아파트. 양촌읍행정복지센터 소속 공무원인 박은경·위세아 사회복지사와 함께 건강보험료와 아파트 임대료 수개월치를 체납한 ㄱ씨의 집을 찾아갔다. 이날 방문은 최근 잇따른 ‘일가족의 극단적 선택’을 막고 위기 가구를 발굴하기 위한 실태조사의 일환이다. ㄱ씨는 수차례 전화에도 연락이 닿지 않았던 터다. 복지사들은 현관문에 안내문을 부착하고 돌아섰다. ㄱ씨는 사회보험료 체납 등이 있어 정부의 위기 가구 발굴 시스템(사회보장정보시스템 ‘행복e음’)에서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사회복지사들은 이날 오전 약 2시간 동안 ㄱ씨처럼 연락이 닿지 않는 13가구의 집을 찾아갔다. 이 중 사람이 없는 8가구에는 안내문이 부착됐다.

집에 누군가가 있는 경우에는 경계심을 드러냈다. 국민연금과 임대료 체납 정보가 등록된 한 가정에서는 “괜찮다. 그런 일 없다”며 문을 닫아버렸다. 한 70대 할머니는 “자식들이 있는데도, 국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박 주무관은 “상당수의 시민이 부양가족이 있으면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없다고 스스로 판단하고 상담도 하지 않는다”며 “처해 있는 상황을 알려주면 해당 가정에 가장 적합한 복지서비스를 찾아 드린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위기 가구 발굴 시스템에도 파악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홀몸노인이 있다’는 동네 이장의 신고로 지난 14일 찾아간 77살 ㄴ씨가 그런 경우였다. 지병으로 오랜 투병생활을 하는 ㄴ씨의 집에는 약봉지가 가득했다. 추우면 다리가 붓고 저린다는 ㄴ씨는 양말 바닥에 핫팩을 붙이고 있었다.

오랜 지병으로 생계가 막막하다고 호소한 70대 할아버지가 발바닥에 핫팩을 붙여 놓은 모습.

“아파트 임대료 월 13만원, 관리비 10만원, 도시가스 등 공과금 10만원 등을 빼면 부식비도 남지 않는다. 주간보호시설과 방문요양 등의 자부담 비용을 아들이 부담하고 있다. 자식들도 힘들게 살고 있는데, 또 손 벌릴 수 있나. 자식들이 주던 용돈도 끊겼다. 미안해서 전화도 못 한다. 죽지 않아서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한번에 약을 13알씩 먹으면서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는 건지….” ㄴ씨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등 40여만원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허윤 맞춤형복지팀장은 “가족부양의 의무 등 복지 기준선을 폭넓게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제도에 막혀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위기에 내몰리는 경우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는 지난 5일 발생한 ‘김포 일가족 극단적 선택’ 사례처럼 정부의 위기 가구 발굴 시스템 밖에 있는 민간아파트 거주자 대상 조사에 들어갔다. 김포시가 민간아파트단지 167곳 중 51곳을 대상으로 관리비 체납 현황을 조사한 결과, 267가구가 체납한 것으로 파악됐다. 민간아파트는 입주자대표와 관리사무소의 동의를 얻어야만 관리비 납부 내용을 수집할 수 있는데, 51곳만 동의했다. 민간아파트의 경우, 개인정보 유출 등을 이유로 지방자치단체에 관리비 납부 내용 공개를 꺼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포시 관계자는 “우선 확인된 267가구가 처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전화나 방문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동의하지 않은 민간아파트단지를 설득하는 작업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흡기 질환으로 투병 중인 70대 할아버지의 탁자에 수북하게 쌓인 약.

복지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처가 수시로 이뤄지면서 현장 공무원의 업무도 가중되고 있다. 지난 한해 양촌읍에 위기 가구 위험군으로 통보된 가구만 6차례에 걸쳐 1500여곳에 이르렀다. 사회복지사 3명, 민간생활사례관리사 1명 등 모두 4명이 1인당 370여가구를 조사한 셈이다. 허 팀장은 “일손이 부족해 사회보장협의체, 민간 봉사단체까지 동원했다. 여기에 상담 민원, 보고서 작성, 사례관리 등까지 현장 인력이 부족하다”며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글·사진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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