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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17 14:56 수정 : 2020.01.17 15:56

낯선 사람이 던져준 공을 가지고 돌아오는 놀이를 하는 2달짜리 어린 늑대 ‘스팅’. 개 가축화의 기원을 풀 새로운 증거가 나왔다. 크리스티나 한센 휘트 제공.

[애니멀피플]
일부 늑대 사람과 소통 능력 보유…이런 늑대 골라 가축화 됐을 수도

낯선 사람이 던져준 공을 가지고 돌아오는 놀이를 하는 2달짜리 어린 늑대 ‘스팅’. 개 가축화의 기원을 풀 새로운 증거가 나왔다. 크리스티나 한센 휘트 제공.

1만5000년 전 구석기 마을, 사냥 갔던 어른들이 새끼 늑대를 여러 마리 데려왔다. 아이들이 늑대 새끼와 놀았다. 한 아이가 장난삼아 막대기를 던지고 “가져와”라고 소리쳤다. 대부분 들은 척도 안 했지만, 한 늑대가 막대기를 물어왔다. 이 늑대가 나중에 개의 조상이 됐을까?

이것은 가상의 상황이다. 개의 가축화가 어떻게 시작됐는지는 누구도 모르고 논란은 계속된다. 그러나 이 가상의 일화에서처럼, 늑대 속에 애초 개가 될 형질이 숨어있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실험 결과가 나왔다.

공을 가져오는 놀이가 개의 진화에 중요하다는 뜻이 아니다. 이제까지는 늑대가 가축화를 거쳐 개로 바뀐 다음에야 사람과 협동할 수 있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늑대에서도 그런 형질이 발견됐다는 의미이다.

크리스티나 한센 휘트와 한스 템린 등 스웨덴 스톡홀름대 생물학자들은 늑대의 행동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일부 늑대 새끼가 던져준 공을 가져오는 행동을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과학저널 ‘아이 사이언스’ 16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사전에 훈련받지 않은 늑대 새끼 13마리 가운데 3마리의 8주 된 새끼 늑대가 던져준 공에 관심을 보였고, 낯선 사람인데도 가져오라는 북돋는 소리를 듣고 공을 가져왔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개뿐 아니라 늑대도 사회적 소통 단서를 통해 사람과 놀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입증하는 실험 결과”라며 “이제까지 이런 능력은 늑대가 개로 진화한 뒤 새로 획득한 형질로 알려져 있었다”고 논문에 적었다.

개의 가축화 과정을 둘러싼 핵심 논란의 하나는 늑대가 가축화 과정에서 돌연변이를 통해 새로운 형질이 나타나 개가 된 것인지, 아니면 애초 늑대 속에 개가 될 형질이 들어있었고 그런 늑대를 선택하면서 개가 됐느냐는 것이다. 이번 실험은 후자의 논리를 뒷받침한다.

크리스티나 한센 휘트 박사는 “늑대 새끼가 던져준 공을 가지고 돌아왔을 때 그야말로 소름이 돋았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그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곧 이것이 뭘 뜻하는지 알게 됐다. 늑대 가운데 사람을 향한 놀이 행동을 하는 변이가 있다면, 아마도 이런 형질을 지닌 늑대는 가축화하는 과정에서 집중적인 선택의 표적이 되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람과 소통하는 능력이 있는 늑대가 이후 가축화 과정에서 개가 될 유력한 후보라는 얘기다.

옛 늑대 집단에서 돌연변이로 개가 진화한 것이 아니라, 개의 형질이 들어있던 늑대를 사람이 선택해 개가 출현했다는 연구 내용을 보여주는 그림. 크리스티나 한센 휘트 외 (2020) iScience 제공.

개는 다양한 품종으로 개발될 때 새로운 돌연변이가 중요한 구실을 했다. 검둥이, 짧은 다리, 짧은 주둥이 등은 모두 그런 변이의 결과이다.

늑대에서 개로 진화하면서 녹말 분해효소를 분비하는 능력을 획득한 것도, 육식에서 사람의 음식 찌꺼기를 먹을 수 있도록 돌연변이가 일어났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최근 더 많은 늑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녹말을 분해하는 변이가 애초 늑대 사이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는 손가락 끝이 아니라 손가락이 가리키는 물건에 주목하는 데서 보듯이 사람이 주는 단서를 알아듣는 독특한 재능이 있다. 연구자들은 “개의 이런 능력이 가축화 이후 획득한 형질이라고 알려졌지만, 이번 연구에서 그런 능력이 늑대에게도 부분적으로 있음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인용 저널: iScience, DOI: 10.1016/j.isci.2019.10081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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