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3.01.24 19:34 수정 : 2013.02.14 09:46

김이택 논설위원

대선 뒤 새 정권 임기 시작 전의 권력공백기, 권력 주변에서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장마철에 몰래 폐수 내버리는 악덕업자처럼 이 틈에 민감한 사안을 어물쩍 처리해버리려는 쪽이 있는가 하면 구린 데를 감추려 오히려 쌍심지 켜고 대드는 전략을 택한 쪽도 있다.

국정원 직원 댓글 의혹 사건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대선 후보 티브이 토론 직후 심야에 “특별한 혐의점을 찾을 수 없다”는 기습발표로 선거개입 논란을 빚은 경찰이 대선 뒤엔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대선 관련 게시글을 99차례 추천하거나 반대했다”며 사실상 종전 발표를 뒤집었다. 엄연한 사실을 더는 감추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검찰이 어제 박 후보 캠프 에스엔에스 미디어본부장으로서 불법 ‘댓글 알바팀’을 운영한 윤정훈 목사를 구속한 걸 보면 당시 심야 발표가 ‘선거용’이었음이 더 뚜렷해진다. 국정원 직원의 혐의를 벗겨줘 야당의 ‘인권침해’로 몰면서, 당 차원의 선거부정 의혹이 확산되던 윤 목사 사건을 덮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아직도 국정원 직원 처리를 미적거리고 있다. 그러나 이쯤 되면 직원 문제보다 왜 경찰이 미처 조사도 안 된 사건을 무혐의 처리할 것처럼 대선 직전에 서둘러 발표했는지를 캐는 게 더 중요해 보인다. “친북 사이트 관련 정보 수집 활동을 했다”는 국정원 해명과 달리, 그 직원이 왜 16개나 되는 아이디를 갖고, 종북과는 무관한 대선 게시글에 찬반 표시를 했는지, 그가 속했다는 심리정보국은 무슨 일을 해왔는지도 밝혀야 한다.

그런데 국정원은 이 국면에서 오히려 역공으로 나왔다. 국정원과 경찰의 행태를 공개 비판한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를 감찰실장 명의로 고발한 건 추가적인 의혹제기를 막겠다는 속내가 뻔히 들여다보인다.

대선 직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른바 ‘엔엘엘 발언록’ 발췌본을 검찰에 낸 건 왕년의 공작 실력이 녹슬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피해, 보고서 형식의 발언록 편집본을 제출함으로써 야당 후보에 대한 색깔론 공세의 좋은 먹잇감을 던져준 셈이 됐다. 권력교체기 보험 성격도 엿보이는 절묘한 행보가 아닐 수 없다.

4대강 사업을 다루는 감사원의 행태는 장마철 ‘악덕업자’를 빼닮았다. 2010년 1차 감사 때는 야당과 시민단체들의 빗발치는 우려에도 “별다른 문제점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면죄부를 줘놓고, 공사 다 끝나고 권력이 힘 빠질 때 돼서야 모든 걸 뒤집는 건 헌법기관답지 못하다. 뒤늦게나마 ‘대국민 사기극’의 담합을 깬 용기를 가상하다고 해야 할까.

청와대 지시를 받았을 총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를 검증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희대의 코미디다. 애초 설계부터 잘못된 터에, 뒤늦게 “하자를 보수하겠다”며 엄동설한에 강바닥에 콘크리트 퍼붓는 건 또 무슨 퍼포먼스인가. 제대로 재검증을 하려면 다음 정권 들어 철저히 따지는 게 정답이다. 이때는 임기 내 업적 욕심에 사전 검증 절차를 과감히 생략하고 초고속으로 공사를 밀어붙인 엠비와 국토부 및 4대강사업본부 간부들은 물론 “문제없다”고 곡학아세한 어용학자들 책임도 따져 물어야 한다. 종편채널 받을 욕심에 진실을 외면하고 엠비 편에 섰던 보수언론들도 스스로 성찰의 자리를 만들기를 권한다.

임기말 추태의 화룡점정은 아무래도 엠비가 장식할 것이란 불길한 예감이 든다. 그러나 정말로 자기 손으로 형님사면 측근사면을 강행했다간 역풍을 각오해야 한다. 민간인 불법사찰, 내곡동 사저 비리의 배후 책임 등 그동안 꼬리 자르기로 넘어간 비리까지 다시 들춰지지 말란 법이 없다.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아침햇발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