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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2.03 19:19 수정 : 2013.02.14 09:31

김낙호 미디어연구가

지난 대선의 막바지를 뜨겁게 달굴 것 같았다가 대충 넘어간 여러 사건 가운데 하나가 바로 국정원의 인터넷 여론 조작 의심 사건이었다. 국정원 직원이 인기 게시판 커뮤니티들에 익명으로 글을 올리고 추천 또는 반대를 누르던 동네 오피스텔에, 제보를 받은 사람들이 우르르 달려갔고 당사자는 며칠간 문을 잠그고 대치했던 그 사건 말이다. 그런데 극적인 모양새와는 달리,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만큼 파장이 커지지는 않았다. 하기야 민간인 사찰 같은 대형 권력남용 사건이 발생한 직후의 총선도 마찬가지였으니, 최소한 일관성만은 인정할 만하다. 감시, 여론조작 같은 정보인권 이슈는 아직 우리 사회에서 분노의 우선순위가 한참 뒤쪽임이 다시 드러났을 따름이다.

다행히 선거가 끝나고 수사가 계속 진행되면서 더 자세한 내용들이 드러나고 있다. 수사 자료에서 사이트와 아이디 사례가 나오고, 그것을 바탕으로 개인들과 몇몇 언론사들이 조사해보니 활동의 구체적 모습들이 그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누구를 뽑으라는 직접적 선거 개입이 아닌, 여러 사안에 대해서 새누리당으로 대변되는 방향성들을 옹호하고 민주당 쪽을 비난하는 내용의 글들을 올리는 식이었다. (당연히도 업무시간에만) 그렇게 발굴된 글들을 보면, 해당 공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가고자 일부러 그랬는지, 그냥 원래 해당 부서의 사회현실 인식이 그 정도인지는 몰라도, 매우 조악한 수준의 비판을 담고 있다.

이 사건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며 개선을 논해야 할 내용은 겹겹이 쌓여 있다. 여론 파악을 넘어 여론 개입에 마음껏 뛰어드는 국정원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 같은 제도 정비 문제부터, 정치권력의 구미에 맞춘 고객 맞춤형 중간 수사결과를 만들어 간을 보는 경찰의 대처방식, ‘국정원녀’라는 저렴한 표현으로 선정적 관심도를 높이며 개인에 대한 스테레오타입 부여에 골몰하는 언론 및 개개인들의 담론 유통 방식 등 소재는 넘친다. 하지만 모두 중요한 와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것 한 가지를 꼽으라면, 여론을 왜곡하려는 시도 자체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매체 활용 환경의 필요성이 아닐까 한다. 기관에 의한 여론조작 시도는 어떤 정파의 정권이 들어선다 한들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시도가 애초부터 실효성을 발휘하기 어렵도록 만드는 것은, 정확한 정보를 추구하고 합리적 논지를 중시하는 건강한 매체 활용이다.

권력기관이 여론조작을 시도하면서 사람들에게 주입하려고 하는 내용은 정확한 정보나 합리적 논지가 아니다. 건강한 매체 활용을 위해선 크게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매체의 기술적 장치다. 중요한 것은 특정 장치 자체를 넘어,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현재 게시판 커뮤니티들이 널리 사용하는 추천 시스템만 해도, 양질의 내용을 사람들의 집합평가에 의해 걸러내기 위한 장치로 고안된 것이다. 하지만 조작을 원하는 쪽도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서, 다중 아이디로 몰아치기, 다른 글들을 추천하여 밀어내기 등의 방법을 고안했다. 그에 맞추어 기간별 추천수 제한이든 평판 시스템이든 다른 것을 동원하면, 또 새로운 조작 방식이 만들어진다. 이렇듯 항상 창과 방패의 반복임을 인식하며 계속 향상시키지 않으면 조작의 먹이가 된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개개인들의 독해력 강화다. 정파적 공감대보다 논지의 완성도를 보고 행간을 추측하기 이전에 행 자체부터 제대로 읽어보는 훈련 말이다.

김낙호 미디어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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