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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2.06 20:09 수정 : 2013.02.14 09:05

박범계 민주통합당 법률위원장(오른쪽 둘째) 등 민주당 관계자들이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의 대통령선거 개입 의혹 수사와 관련해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을 고발하기 위해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박용진 대변인, 박 위원장, 진선미 의원.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수사 50일
경찰 소극수사로 핵심인물 잠적
다른 직원 활동·제3의 공모자 등
조직적인 활동 여부도 밝혀내야
민주당, 김용판 서울청장 고발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 수사가 시작된 지 두달이 돼가고 있지만, 실체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핵심 의혹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수사의 주체·방식·방향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12월11일, 민주당의 신고를 받은 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이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29)씨의 오피스텔을 급습하면서 사건 수사가 시작된 뒤 50여일 동안 경찰은 <한겨레> 등 언론이 의혹을 제기하면 ‘그런 사실이 있다’고 뒤늦게 확인만 했을 뿐 제대로 된 수사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김씨가 ‘오늘의 유머’, ‘보배드림’, ‘뽐뿌’ 등 3개 누리집에서 정부·여당에 유리한 글을 작성하고 게시글에 추천·반대 활동을 해왔다는 사실이 <한겨레> 보도 등으로 드러나자, 국정원은 뒤늦게 “‘대북 심리전’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국정원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려면 이른바 ‘대북 심리전’의 실체부터 규명돼야 한다. ‘대북 심리전’을 빙자해 대국민 여론조작을 벌인 국정원 직원이 김씨뿐인지, 이를 지휘한 책임자는 누구이며 이에 불법성은 없는지 등이 가장 먼저 확인돼야 할 기본적 의혹이다. 하지만 경찰 수사는 이 부분에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씨가 3개 누리집 외에 얼마나 더 많은 누리집에서 활동했는지, 그밖의 또다른 인터넷 활동은 없었는지 등 김씨 한 사람의 활동 내역에 대한 수사조차 지지부진하다.

<한겨레>는 김씨가 ‘제3의 인물’ ㄱ씨에게 자신이 만든 ‘오늘의 유머’ 아이디 5개를 건넸고, 나머지 2곳의 누리집에서 ㄱ씨 명의를 빌려 아이디를 만들어 활동했다는 점도 확인했다. ㄱ씨가 김씨와 별개로 아이디 수십개를 만들어 ‘오늘의 유머’ 누리집에서 정부·여당을 옹호하는 게시글 200여개를 작성하고 게시글 추천·반대 활동을 2000여차례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들 모두 사건 초기 경찰이 축소 발표했거나 언급조차 하지 않은 내용들이다. 그러나 경찰은 아직까지도 핵심 인물인 ㄱ씨를 소환조차 하지 않고 있다. ㄱ씨 사례에서 보듯, 국정원 직원들이 제3자를 끌어들여 어떤 일을 했고 여기에 불법성은 없는지 등도 앞으로 밝혀내야 할 대목이다.

대선개입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29)씨.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수많은 의혹이 남아 있지만 경찰의 ‘신속하고 공정하고 정확한 수사’는 이미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잇단 ‘말 바꾸기’로 이미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최근 경찰 인사를 통해 이번 사건을 맡게 된 임병숙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은 “기한을 두고 수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언제 수사가 마무리될지 말하기 힘들다. 최종 수사결과 발표를 이번주에 하긴 힘들다”고 6일 밝혔다.

결국 국회 차원에서 김씨가 소속된 국정원 3차장 산하 심리전단의 활동에 대한 국정조사를 벌여야 사건의 실체가 밝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진실을 은폐하거나 혐의 내용을 축소 발표한 국정원 및 경찰 책임자에 대한 처벌도 불가피하다. 민주통합당은 6일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을 직권남용 및 경찰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정환봉 하어영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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