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알바’ 전격 출석…경찰 조사 사전조율 있었나

주목도 떨어지는 금요일 나와
조사받고 귀가한 저녁에 발표
경찰 “강제조사 불가능” 일관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29)씨와 함께 대선 여론조작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아무개(42)씨가 22일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한겨레>가 이 사건의 ‘제3의 인물’인 이씨의 존재를 처음 보도한 지 22일 만이다.

서울 수서경찰서(서장 이광석)는 이날 “이씨가 국정원 직원 김씨를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됐고, 일부 누리집 아이디를 자신이 썼으며, 게시글은 다른 사람이 시켜서가 아니라 자신의 의사에 따라 썼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또 “이씨가 오늘 오전 10시 출석하기 10분 전에 갑자기 연락이 와 조사를 받겠다고 했다. 변호사와 함께 출석한 이씨는 오후 6시까지 8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고 돌아갔다”고 말했다.

이씨는 국정원 직원 김씨에게서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 아이디 5개를 건네받고 별도로 30여개의 아이디를 만들어 대선을 앞둔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정부·여당에 유리한 내용의 글 160여개를 게시하고, 게시글 추천·반대 활동을 2000여차례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씨가 뉴스 주목도가 떨어지는 금요일을 골라 경찰에 전격 출석한 것은 이 사건에 쏠리는 여론의 관심을 최대한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앞서 국정원 직원 김씨도 세 차례에 걸친 경찰 조사를 모두 토요일과 금요일에 받았다. 경찰도 이씨가 조사를 받고 귀가한 저녁에야 언론에 소환조사 사실을 알려 이런 의도에 협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씨는 1월5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오피스텔 방을 빼고 종적을 감춘 상태였다. 하지만 <한겨레>가 1월31일치에서 이씨의 존재를 처음 보도했을 당시 경찰은 이미 이씨의 신원과 연락처를 확보하고 있었다. 경찰은 이미 이씨의 오피스텔을 방문했으면서도 제대로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으며, 이씨의 존재를 언론에 알리지 않고 쉬쉬했다. 이후 이씨에 대한 소환조사 요구가 빗발치자 이씨가 참고인이어서 강제수사가 불가능하다는 변명으로 일관해 왔다.

그러나 지난 18일 민주통합당이 이씨가 김씨의 공범으로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고발했고, 19일 <한겨레>가 이씨의 새누리당 선거운동 전력을 보도하는 등 이씨에 대한 ‘포위망’이 점차 좁혀지자 경찰은 이씨를 참고인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고발장 접수 이후 경찰은 이씨에게 2차례에 걸쳐 출석을 요구했다. 경찰은 통상 피의자가 3차례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을 신청한다.

경찰은 “이씨에 대한 고발 내용은 물론 제기된 의혹들에 대하여도 빠른 시일 내 수사해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정환봉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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