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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3.18 08:49 수정 : 2013.03.18 14:38

<한겨레>가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을 통해 입수했다는 ‘국정원장 지시·강조 말씀’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원세훈 국정원장은 ‘지시’를 통해 선거개입과 야당 비판은 물론 전교조와 민주노총 등과 종교단체, 언론까지 종북좌파로 몰아세우며 대국민 여론전을 일일이 지시하고 있다. 그 내용대로라면 대놓고 국내 정치에 개입하며 각종 불법을 저질러온 셈이다. 특히 댓글 의혹 사건에 대해 “대북심리전”이라거나 “개인적으로 한 일”이라며 오락가락했던 해명과 달리, 원 원장이 구체적인 방법까지 거론하며 여론개입을 지시해온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한마디로 정보기관이란 보호막을 이용해 비싼 세금을 써가며 대북정보전은커녕 우리 국민을 상대로 정치공작과 여론조작을 시도해왔음이 폭로된 것이다. 이제 이런 뻔뻔한 불법행위의 기획·실행 주체와 책임자를 낱낱이 밝혀내지 않을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지시’는 국정원의 지역지부장과 국장 등 주요 부서장이 참가한 가운데 매달 한번씩 열리는 확대부서장회의에서 원 원장이 발언한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사실상 전 직원에 대한 업무 지시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원 원장은 “심리전단이 보고한 ‘젊은층 우군화 심리전 강화방안’은 내용 자체가 바로 우리 (국정)원이 해야 할 일이라는 점을 명심”(2010년 7월)하라고 지시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끝난 뒤엔 “선거가 끝나면 결과를 뒤바꿀 수 없기 때문에 우리 원이 역할을 제대로 해줘야” 한다고 했고, 총선 뒤엔 “다수 종북인물들이 국회 진출함으로써 국가 정체성 흔들기, 원에 대한 공세 예상되니 대처”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명백한 정치개입이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을 비판하는 전교조 등을 종북좌파로 낙인찍은 것은 물론 “일부 종교단체가 정치활동에 치중하는 것에 대해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종교에 대한 공작까지 요구했다.

정권 보위를 위해 총대를 메도록 독려하기도 했다. “세종시 등 국정현안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는 좌파단체들이 많은데 대통령님과 정부정책의 진의를 적극 홍보하고 뒷받침해야 한다”거나 “4대강 사업 관리에 좌파언론 등에서 유지비용이 많이 든다고 비난하고 있는데 물 확보 등 많은 이점을 국민들에게 적극 홍보”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원 원장의 ‘지시’ 내용이 논란의 당사자인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가 작성한 댓글 내용과 상당한 유사성을 보인다는 점에서 말에 그치지 않고 조직적으로 실행됐음을 짐작하게 한다.

우리 역사에서 정보기관의 정치개입이 얼마나 불행한 결과를 낳았는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국정원의 이런 행태는 우리 국민들이 20여년간 공들여 쌓아온 민주선거와 의회정치 등 민주주의의 존립을 뿌리부터 뒤흔드는 것으로 대역죄에 가깝다. 마침 여야가 검찰 조사에 이은 국정조사에 합의했으니 민주정치 수호와 국가기강 확립 차원에서 철저히 파헤쳐 관련자들을 엄히 처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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