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3.03.19 07:31 수정 : 2013.03.19 09:05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이 1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정보원의 광범위한 국내 정치 개입과 여론조작 의혹에 대한 제보 내용을 밝히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대선 여론조작 혐의 김씨 해명, 원장 지시 드러나자 ‘오락가락’
‘정부비판 세력=종북세력’ 규정해 “원세훈 지시 정당한 활동” 강변
‘민노총 징계’ 등엔 해명도 안해…검찰수사·국정조사 주문 봇물

국가정보원은 18일 ‘국정원장 발언 유출 관련 입장’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어 <한겨레>가 보도한 원세훈 원장의 국내 정치 개입 지시를 사실상 시인하면서도, 원 원장의 지시가 ‘국가안보를 위한 정당한 지시와 활동’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정치에 개입한 명백한 증거가 나와 발뺌하기 어렵게 되자, 도리어 ‘뭐가 문제냐’며 억지 논리를 펴는 것이다.

국정원의 해명에는 어설프고 자가당착적인 대목이 여럿 눈에 띈다. 특히 대선 여론조작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29)씨의 인터넷 댓글 등에 대해 “북의 선동 및 종북세력의 추종 실태에 대응하여 올린 글”이라고 해명함으로써, 김씨의 여론조작 사건에 대해 두번째 말을 바꿨다. 처음에는 “대북심리전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가 “개인적으로 쓴 글”로 말을 바꾸더니, 이번에 다시 첫 해명으로 돌아간 것이다.

■ 정부 비판세력은 간첩·종북?

국정원 보도자료는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모든 세력을 고정간첩이나 종북세력으로 규정하는 편협한 색깔론의 극치를 보여준다. 보도자료는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은) 천안함 폭침, 4대강 사업 등 국가 주요 현안의 경우 북한이 선동지령을 하달하면 고정간첩 및 종북세력이 대정부 투쟁에 나서고, 인터넷 등을 통해 허위 주장을 확대 재생산하는 현실에 국정원장으로서 적극 대처토록 지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국가 최고 정보기관인 국정원장 지시하에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모든 이들을 종북으로 몰고 이들의 합리적인 주장과 의사표현을 틀어막아온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국정원이 국내 정치에 개입한 것은 물론 국민들의 건강한 의사 판단까지 조종하려고 한 국기문란 행위”라고 비판했다.

■ 두번째 말 바꾼 국정원

지난 1월31일 국정원 직원 김씨가 ‘오늘의 유머’ 게시판 등에 정치적으로 편향된 게시글을 작성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국정원은 같은날 보도자료를 통해 “(게시글 작성은) 대북심리전 업무의 일환”이라고 밝혔다가, 2월12일 원세훈 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에서는 “김씨가 개인적으로 쓴 글”이라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18일 보도자료에서는 김씨의 게시글을 다시 “북한 선전 아이피(IP) 추적 등 대북심리전 활동을 하던 직원(김씨)이 북의 선동 및 종북세력의 추종 실태에 대응하여 올린 글”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이 이처럼 또다시 말을 바꾼 것은 원 원장의 지시사항과 김씨의 게시글이 내용 면에서 상당히 일치해 더 이상 ‘개인적으로 작성한 글’이라고 주장하기가 궁색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 명백한 혐의에는 해명 없어

국정원은 국내 정치 개입이 명백한 지시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았다. 원 원장은 선거 기간 인터넷 여론에 개입하도록 지시했고, 전교조 교사에 대한 중징계를 위해 국정원 지부장들이 직접 유관기관장들을 접촉할 것도 지시했다. 또 야당 국회의원을 비난했으며, 이명박 대통령의 외교 성과에 대한 홍보도 지시했다.

장정욱 참여연대 시민감시팀장은 “원 원장의 지시사항은 결코 정상적인 국정원의 업무라 볼 수 없다. 특히 선거 여론 개입과 민주노총과 전교조 징계에 대해 지시를 내린 것은 국정원법을 어긴 것은 물론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 원장 발언은 비밀이라며

스스로 공개 국정원은 또 비밀에 해당하는 국정원장의 발언이 언론 보도로 공개된 것이 유감이라면서도 추가로 원 원장의 발언을 공개하는 모순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국정원은 원 원장이 평소 직원들에게 정치적 중립을 지킬 것을 지시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원 원장이 국정원 부서장 회의에서 한 발언 7건을 공개했다. 비밀을 스스로 추가 공개한 셈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법적으로 국정원은 국내 정치에 개입할 수 없게 돼 있다. 하지만 국정원은 광범위한 국내 정치 개입을 통해 자신의 영향력을 넓히려는 권력기관의 속성을 끊임없이 보여왔다. 이번 기회에 국정원 내에서 국내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부서를 아예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정치 개입의 정점에 있는 원 원장을 당장 출국금지하고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통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