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3.19 20:19
수정 : 2013.03.19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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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대선 여론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29)씨(오른쪽 둘째)가 지난 1월4일 오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수서경찰서에 들어서고 있다. 경찰은 김씨에 대한 수사를 3개월 넘게 벌여왔지만 아직까지도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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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댓글직원 수사’ 3개월 질질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 직접 국내정치 개입을 지시한 사실이 확인되자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29)씨의 대선 여론조작 혐의 수사를 3개월 넘게 질질 끌고 있는 경찰이 그만 이 사건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야는 이미 17일 이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에 합의한 바 있다.
경찰이 앞으로 어떤 결론을 내놓더라도 이번 수사에 대한 신뢰를 얻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지난해 대선후보 3차 방송토론회 직후인 12월16일 밤 11시에 “김씨가 댓글을 작성한 흔적이 없다”는 중간 수사결과를 기습적으로 발표해,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에 노골적으로 줄을 섰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선 이후인 1월3일에도 경찰은 “(김씨가 댓글을 쓰기는 했지만) 대선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한겨레>가 ‘오늘의 유머’ 게시판에 김씨가 쓴 글을 공개(1월31일치 1면)함에 따라 경찰의 발표가 모두 거짓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한겨레> 보도로 김씨와 함께 여론조작에 가담한 이아무개(42)씨의 존재도 드러났지만, 경찰은 “수사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선 경찰서의 한 간부는 “국정원 사건은 경찰의 수사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였다. 하지만 경찰 수뇌부가 성급하게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사건을 은폐·축소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수사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이 빨리 수사를 중단하고 사건을 검찰로 넘겨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원 원장의 지시 내용이 드러난 만큼) 이제 경찰이 수사를 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빨리 검찰로 사건을 송치하고 (최종적으로) 국정조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삼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입법팀장도 “이런 모습을 보이면서 경찰이 수사권 독립을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수사에 자신이 없다면 사건을 검찰이나 국회로 빨리 넘기는 것이 나아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경찰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가 지휘중이지만, 검찰 역시 적극적으로 수사지휘를 하기보다는 경찰에 맡겨놓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이나 검찰이 아니라 특별검사에 수사를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참여연대는 18일 성명을 내어 “국회는 이번 사건의 핵심인 원세훈 원장을 포함해 국정원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해 철저히 수사할 수 있도록 특별검사를 임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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