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공개한 8쪽짜리 대화록 발췌본 보니…
노 “서로 군사철수·공동어로…평화지대 만들자”
8쪽 ‘발췌본’ 보니
24일 언론에 공개된 국정원의 8쪽짜리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발췌본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설득해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이 자세히 담겨 있다. 이를 보면 노 전 대통령은 보수세력이 주장하듯 엔엘엘을 포기한 게 아니라, 남북이 서해를 평화롭게 이용하는 신뢰 형성 과정을 통해 남북 대결의 산물인 엔엘엘의 존재 의의를 해소하려 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김정일 먼저 말문 “평화수역으로 선포하자” 제안노 “서로 군사철수 공동어로…평화지대 만들자” 대화록 발췌본을 보면, 엔엘엘 등 남북간 서해 현안에 대해 처음 말문을 연 것은 김 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은 “북방한계선과 우리(북한) 군사경계선 안에 있는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선포”하자고 제안한다.(18쪽) 북한 입장에서도 남북간에 우발적인 충돌이 잇따르는 연평도에서 백령도에 이르는 서해안을 안정시키는 게 중요한 안보 현안이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에 노 대통령도 “네, 아주 저도 관심이 많은…”이라고 대답하며 두 정상 사이의 논의가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노 대통령은 이어 “(엔엘엘이) 국제법적인 근거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은 것인데, 현실로서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40~41쪽)고 말한다. 이는 엔엘엘이 정전협정을 통해 합의된 해상 경계선이 아니라 1953년 8월 유엔군 사령관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것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되짚은 발언이었다. 엔엘엘 포기에 대한 직접적인 발언은 없지만 이런 구절이 새누리당 등 보수세력의 눈에는 엔엘엘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소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노 대통령은 “북쪽 인민으로서도 그건 아마 자존심이 걸린 것이고, 남쪽에서는 이걸 영토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습니다”라며 이 문제에 영토분쟁적 성격이 있음을 인정했다. 이어 “엔엘엘 말만 나오면 전부 다 막 벌떼처럼 들고일어나는 것 때문에 문제가 된다”며 “위원장하고 나하고 이 문제를 깊이 논의해볼 가치가 있다”며 자신의 구상을 밝힌다. 김 위원장의 첫 제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자신의 구상을 밝혀 김 위원장의 동의를 이끌어낸 셈이다.
2007년 10월3일 평양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7년 10월3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두 정상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서해를 분쟁의 바다에서 평화의 바다로 바꾸자는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 구상에 합의했다. 평양/청와대사진기자단
|
▷ 국정원, 무단으로 ‘대화록’ 비밀해제…공개 강행
▷ 박 대통령 “의혹 밝혀야” 발언 직후 국정원 대화록 전격 공개
▷ 여야 ‘대화록 공개’ 놓고 공방중, 국정원이 ‘원문·발췌본’ 일방 공개
▷ ‘공개하나 마나’ 새누리 종일 우왕좌왕 [시사게이트 첫회] ‘국정원게이트’, 그들은 확신범이었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