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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6.25 20:36 수정 : 2013.07.01 16:08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 세종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국정원 불법공개 관련 언급 회피
교감 있었다면 대통령도 동조자
청 “전문가가 판단해야” 발빼기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우리의 엔엘엘(NLL), 북방한계선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피로 지키고, 죽음으로 지킨 곳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엔엘엘 관련 내용이 담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발언록을 국가정보원이 무단으로 공개한 데 이은 언급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엔엘엘 포기 발언 의혹’을 부추긴 셈이다.

박 대통령은 한국전쟁 발발 63주년인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피로 지킨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의 역사를 왜곡하는 일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그것은 역사와 국민들에게 죄를 짓는 일”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또 “6·25는 우리 민족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고, 아직도 국군포로와 상이용사, 이산가족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전쟁이 남긴 고통 속에 살고 있다. 어제 생존해 계신 참전용사들을 만났는데, 그분들의 유일한 꿈은 후손들의 마음에 본인들이 나라를 지켜온 희생이 왜곡되지 않고, 오래 기억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발언의 전후 맥락을 보면 마치 노 전 대통령이 왜곡된 역사인식으로 엔엘엘 포기 발언을 했고, 참전용사를 비롯한 국민들에게 죄를 지었다는 것처럼 해석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의 이런 태도는, 자신의 직속 기관인 국정원이 무단으로 대통령기록물을 공개한 불법 행위를 놓고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는 것과 뚜렷이 대비된다. 국정원이 박 대통령 모르게 그런 일을 벌였다면 ‘항명’이고, 사전에 교감했다면 박 대통령도 불법 행위의 방조자 또는 지시자가 될 수 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자신과 국정원은 무관하다는 듯 ‘유체이탈’을 하고 있는 셈이다.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박 대통령이 사실상 묵인·방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화록 공개의 외교적 파장과 관련해 청와대가 “외교 전문가, 법리 전문가들이 판단할 문제”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박 대통령이 공격한 노 전 대통령의 ‘엔엘엘 포기 취지 발언’은 전날 국정원이 공개한 대화록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전날에도 “여야가 제기한 국정원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 국민 앞에 의혹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국정원 문제의 ‘본류’인 대선개입 사건에 엔엘엘 발언 의혹을 뒤섞어 언급했었다. 자신이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나섰을 때 국정원이 좌파 척결을 명분으로 경쟁 상대인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야당을 겨냥한 공작으로 검찰이 이미 선거개입 혐의로 기소했고, 자신이 직접 “여성 인권 유린”이라고 비판했던 국정원의 일탈 행위를 대화록 무단 공개 문제와 한데 섞어 정쟁으로 몰아간 셈이다.

이를 두고선 애초 대선개입 사건이 박근혜 정권의 정당성을 뒤흔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던 청와대가 ‘더 나올 게 없다’는 판단 아래 자신감을 얻고 ‘역공’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의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 결과 발표 직후엔 청와대 핵심 인사가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국정조사를 막으라’고 부탁했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로 청와대는 국정조사에 강경하게 반대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정권 초기 국정원을 상대로 국정조사를 하더라도 검찰 수사 결과 이상의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기 어렵다는 쪽으로 판단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한겨레캐스트 #121] ‘NLL 파문’, 보수에게 국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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