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현이가 저 세상에 와서 보니 아주 큰 죄가 많았군요. 왜 거기 가서 죽어서 후회하나. 좌빨 여러분 있을 때 잘하세요.” “노무현이가 자살한 것으로 봐서는 뇌물 묵었는 것 같다. 안 그랬으면 죽을 노무현이가 아니제….”
2009년 5월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전국적으로 추모 분위기가 물결을 이뤘으나, 인터넷에선 증오와 비하의 언어도 넘쳐났다. 노 전 대통령의 추모 열기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이런 시도에 국가정보원이 직접 관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26일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받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범죄일람표’를 보면, 국정원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이후 주요 포털사이트에 노 전 대통령에 부정적인 수백개의 댓글을 작성했다. 노 전 대통령 추모글에 국정원은 “통 크게 뇌물 먹고 자살한 자는 순교자지?”, “정신적으로 불안한 사람을 지도자로 뽑으면 안 되겠다”, “비리로 끝난 노무현, 그가 남긴 것은 편 가르기와 반미, 친북 단 세 단어로 요약된다”는 등의 댓글을 올렸다.
게시글도 다수 있었다. 국정원은 2009년 6월21일 ‘노무현 국민장을 다시 생각해보자’라는 게시글에서 “640만달러의 뇌물을 수수한 파렴치범으로 감옥에 가기 일보직전이었던 전직 대통령의 죽음이 왜 ‘서거’로 표현되어야 하는지, 그런 그가 왜 국민장으로 모셔져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었다”라는 글을 인용했다.
국정원은 이뿐 아니라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색깔론을 부추기고, 무상급식·반값등록금·햇볕정책 등 야권의 정책을 비난하는 한편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과 미디어법 개정 등을 옹호하는 수천개의 댓글을 써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게시글 등을 통해 쌍용차 파업, 한진중공업 파업, 무상급식 주민투표 등 거의 모든 현안에 개입하고 박지원·정세균 민주당 의원, 강기갑 전 통합진보당 대표,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 등을 비난했다. 이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취임 직후인 2009년 2월15일께부터 지난해 대선 직전 ‘국정원 대선 여론조작 및 정치개입 사건’이 터질 때까지 다음의 아고라를 비롯해 네이버·네이트 등에서 이뤄졌다.
국정원은 2009년 6월14일 ‘김대중의 조국은 북한이다’라는 제목으로 “거동이 더 불편해지기 전에 보내드려야 하는데…”라고 썼고, 2009년 6월22일에는 ‘김대중과 김정일의 내통설을 뒷받침하는 50개의 사례들’이라는 한 보수 월간지의 기사를 인용해 김 전 대통령을 ‘종북’으로 몰았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던 미디어법 개정과 관련해선 2009년 2월 “미디어관련법을 조속히 개정하여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빌어본다”, “언론플레이에 능한 민주당이 잘못된 외국 사례를 전부인 양 떠들어대고” 등의 댓글을 달았다. 아울러 같은 시기 “장기적인 안목에서 (4대강 살리기를) 실천해야 한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이명박) 대통령한테 심한 욕설은 삼가는 게 좋다. 그렇게 하면 좋아할 사람은 북한 정권이나 김정일밖에 없을 것이다” 등의 댓글도 여러차례 올렸다.
진선미 의원은 “국정원 댓글 사건이 터진 뒤 상당한 게시글을 삭제했을 것이기 때문에 실제 글은 더 많았을 것이다. 4년간 조직적으로 이뤄진 국정원 정치개입의 이면이 드러난 셈이다.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 국정원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유빈 기자 yb@hani.co.kr[시사게이트#1] ‘국정원게이트’, 그들은 확신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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