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무단 공개의 파장이 커지면서 남재준(사진) 국가정보원장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악연’이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남 원장은 노 전 대통령이 육군참모총장으로 발탁한 인물로, 육참총장 시절 군인사 비리에 휘말렸으나 노 전 대통령은 그의 임기 2년을 보장해 ‘명예롭게’ 전역하게 해준 바 있다.
노 전 대통령과 남 원장의 ‘인연’은 2003년에 시작됐다. 노 전 대통령은 청렴결백하다고 해 ‘선비’라는 별명을 얻은 남 원장을 육참총장에 임명했다. 그러나 이듬해 10월 군 인사에서 장성 승진 대상자 17명의 자료가 불리하게 조작돼 다른 경쟁자 52명이 진급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군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된 남 원장은 전역 지원서를 낸다. ‘항의’의 성격이 짙었다. 노 전 대통령은 지원서를 받은 지 6시간 반만에 이를 반려했다. “다소의 잡음이 있었던 것은 유감이나, 남 총장에게 (군 인사비리 의혹 사건의)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게 노 전 대통령의 얘기였다.
노 전 대통령이 남 원장의 사의를 반려한 것은, 당시 청와대 핵심 인사 일부가 그를 비호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참여정부의 한 고위 인사는 “남 원장을 경질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지만, 그럴 경우 군의 반발이 거세져 통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일부 인사들의 목소리가 커 유임으로 결론이 났다”고 전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추진하던 군 사법개혁과 문민화에 남 원장을 필두로 한 육군의 반발은 매우 컸다. 특히 남 원장은 ‘정중부가 왜 반란을 일으켰냐. 군인을 홀대해서 그런 거 아니냐’고 말했다는 구설에 올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 전 대통령이 부담을 안고 남 원장의 임기를 보장했지만, 그에겐 ‘원한’이 남았던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 안보라인의 한 관계자는 “남 원장은 군 인사비리 사건 수사 등으로 청와대가 자신을 죽이려 했고, 정치적으로 탄압받았다고 여긴 것 같다”고 했다. 그 때문인지 남 원장은 2005년 전역한 뒤 언론 인터뷰 등에서 전시작전통제권 반환 등 참여정부의 안보정책을 거세게 비판했고, 노 전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2007년과 지난해엔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 캠프에서 국방·안보분야 특보로 활동하며 정책을 조언했으며, 결국은 국정원장에 임명됐다. 그리고 지난 24일엔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해, 노 전 대통령을 다시 정쟁의 한가운데로 밀어넣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한겨레포커스]국정원 흑역사 2009-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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