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 발언록 등 모두 모아
2008년 3권 분량 완성 ‘왜곡 발췌본’은 3개 이상
2008년 10월치는 청와대 보고
월간조선 공개는 2009년 작성
정문헌 열람문건은 확인 안돼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한다’고 말하지 않았는데도, 여권을 중심으로 이렇게 ‘잘못된 주장’이 되풀이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가정보원이 노무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흠집 내기 위해 왜곡된 내용을 담은 정상회담 대화록(대화록) 발췌본을 작성했고, 여권 인사들이 이를 근거로 무책임한 폭로전을 벌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화록과 관련해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을 종합하면, 정상회담의 전모를 기록한 대화록 전문은 2부, 이를 축약한 발췌본은 각각 다른 3개 이상의 버전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먼저 전체 대화록은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 보관돼 있는 원본과 이번에 공개된 국가정보원 보관본이 있다. 이 기록은 당시 회담 기록을 맡은 조명균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이 녹취한 내용을 바탕으로 잘 들리지 않는 일부 구절은 김만복 국정원장의 수기본과 대조해 가며 작성했다. 다만, 공개된 국정원 보관본의 생산 시점이 정상회담 직후가 아닌 ‘2008년 1월’로 표기된 점이 눈에 띈다. 당시 청와대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당시 청와대가 국정원에 지시해 정상회담을 앞두고 진행했던 모든 회의의 메모, 발언록, 비망록 그리고 정상회담이 끝난 뒤 취합된 평가 기록 등을 모아 책 세 권 분량의 두툼한 자료를 만들게 했다. 아마 이 자료가 완성된 시점에 맞춰 생산 일자를 표기한 듯하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작성된 정상회담 문건은 얼마 지나지 않아 노 전 대통령에게 ‘부메랑’이 되어 날아온다. 그가 2008년 10월 10·4 선언 1주년 기념특강 자리에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을 호되게 비판하자, 그 뒤 국정원은 그 발언을 비난하는 내용의 첫번째 정상회담 발췌본을 만들어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두번째 발췌본은 2009년 5월께 국정원이 작성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검토’다. <월간조선>이 지난 2월치에 공개한 이 문건을 보면, 국정원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편향적 대북관과 안보의식 결여로 국가정체성이 훼손”됐다고 평가하며 “이 같은 정상회담 결과물인 6·15 및 10·4 선언의 문제점을 대내외에 전파하여 북한·좌파의 전면이행 주장을 제압하고 우리 대북 정책의 정당성을 부각해 나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세번째는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본 것으로 추정되는 대화록이다. 정 의원은 지난해 10월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엔엘엘 때문에 골치 아프다. (엔엘엘은) 미국이 땅따먹기 하려고 제멋대로 그은 선이다. 남측은 앞으로 엔엘엘 주장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다고 주장하며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선언한다. 정 의원은 26일 ‘땅따먹기’ 부분은 노 대통령이 정상회담 직후인 2007년 11월 민주평통자문회의 상임위원회에서 한 발언과 혼동했다고 시인했다. 그 때문에 정 의원이 본 대화록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다른 별도의 문건인지, 아니면 기존 발췌록을 입맛에 따라 왜곡해 전했는지는 분명히 확인되지 않는다. 그밖에 24일 공개된 8쪽 분량의 ‘정상회담 회의록 발췌 내용’(20일 작성),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된 정 의원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국정원이 검찰에 제출한 발췌본 등도 존재한다. 검찰은 이 발췌본에 근거해 정 의원은 무혐의 처리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한겨레캐스트 #121]‘국정원 파문’, 보수에게 국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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