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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2.11 15:25 수정 : 2013.12.11 17:35

몸을 사리지 않고 박 대통령을 방어하는 ‘호위무사’
결정적 문제는 도움이 되는 ‘쓴소리’도 막는다는 것
진중권 “홍보수석이 조선왕조 내시처럼 굴면 곤란”
이정현 “저는 울먹인 적 없고, 내시가 아니다” 반박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온라인상에서 화제다. 지난 9일 이 수석이 “박정희 전 대통령처럼 비극적 결말을 맞을 수 있다”고 발언한 양승조 민주당 의원에 대해 “위해를 선동하는 테러”라고 규정한 것과 지난해 12월19일 “문재인 명의의 불법 선거운동 문자가 전국적으로 뿌려지고 있다.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면 무효 투쟁하겠다”고 한 발언이 알려지면서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10일 트위터를 통해 “아침에 뉴스 듣다 보니, 이정현 ‘심기 수석’께서 ‘테러, 암살’ 폭언을 하면서 감정이 격앙되어 울컥하셨다고. 옛날에 북한 응원단이 남한에 왔을 때 비에 젖은 지도자 동지 플래카드를 거두며 눈물을 흘리던 장면이 연상되더군요. 남북조선 유일체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공화국의 홍보수석이 조선왕조의 내시처럼 구시면 곤란합니다. 하여튼 요즘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섬뜩섬뜩 해요”라며 이 수석을 ‘내시’에 비유했다. 이 글이 화제가 되자 이 홍보수석은 11일 브리핑을 통해 “첫째, 저는 울먹인 적이 없다. 둘째, 저는 내시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도 트위터에서 “청와대 이정현, 안전행정부 김 국장을 채동욱 전 총장 혼외자 개인정보 불법 유출 몸통으로 몰아가다 악의적인 조작 모함인 것이 들통 나자 ‘박근혜 부친 전철’ 발언을 과장 왜곡해 피해 가려 한다. 천하의 나쁜 ○○. 지 혼자 살려고 대통령 부녀 욕보이고 국론 분열한다”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처럼 최근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이정현 수석은 ‘박근혜의 입’으로 유명하다. 여권을 통틀어 그만큼 박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정확히 꿰뚫고 있는 사람은 없다. 박 대통령에 가해지는 비판에 대해서는 몸을 사리지 않고 방어해 ‘박근혜의 호위무사’로도 통한다.

그와 박 대통령과의 인연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남 곡성 출신인 이 수석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으로선 불모지나 다름 없는 광주에 출마했고, 이를 감명 깊게 본 당시 박근혜 당대표는 그를 수석부대변인으로 발탁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는 박근혜 캠프 공보단에서 활동했고, 이후 박 대통령의 ‘대변인격’으로 활동하며 박 후보의 의중과 행보를 외부에 알리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박근혜의 입’이라는 별칭도 이때 얻었다.

18대 국회에서는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활동했고 19대 총선 때 다시 광주에서 출마했으나 민주당과 후보 단일화를 이룬 오병윤 진보당 후보에게 패배했다. 이후 새누리당의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됐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청와대 정무수석을 거쳐 홍보수석을 맡았다.

이 수석은 주변인을 잘 챙기기로 유명하다. 지역구 활동도 열성적이어서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텃밭에서 39.7%라는 득표율로 선전하기도 했다. 기자들의 질문에도 매체를 가리지 않고 성실히 응대한다.

이 수석의 결정적인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만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안팎의 비판 의견을 철통 같이 막아낼 뿐 아니라, 자신의 입에서도 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쓴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캠프 공보단장이었던 그는 당시 박근혜 후보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더이상 질문을 하지 말라는 뜻으로 기자들에게 손가락으로 엑스(X)자를 표시했는데, 이 장면은 그의 충성심을 상징한다.

이 수석의 이런 충성심은 종종 문제를 일으킨다. 최근 양승조 민주당 의원의 ‘부친 전철’ 발언에 대해 그가 “언어 살인, 국기 문란, 위해를 선동 조장하는 무서운 테러, 암살 가능성 발언” 등의 격한 표현을 동원해 반발하면서 여야 관계가 더욱 경색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새누리당이 민주당을 상대로 ‘대선 불복’ 공세를 강화하면서 이 수석이 지난해 12월19일 대선 투표가 끝나기도 전에 “설령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당선 무효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한 발언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누리꾼들은 이 수석의 대통령에 대한 지나친 방어 태도에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한 누리꾼(아이디 @wi****)은 “이정현의 격앙된 울먹 성명서는 아마 두고 두고 조롱거리가 될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이 욕 먹었다고 울먹이는 대변인. 여기가 조선왕조인가”라고 썼다. 아이디 @jh****의 누리꾼도 “도 넘은 과격 발언은 이정현 홍보수석이 했다. 박 대통령은 홍보수석부터 해임하심이 (어떤가)”라고 제안했다.

민주당도 11일 이 수석에 대해 “참 나쁜 대통령의 수족”이라고 역공을 했다. 배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여야의 정쟁을 부추겨 자신의 지지율을 공고히 하는 아주 전근대적인 방식을 쓰고 있다. 그런 대통령의 돌격대이자 측근 참모 역할을 하는 이, 바로 이정현 홍보수석”이라고 지적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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