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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2.12 19:37 수정 : 2013.12.13 15:56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12일 오전 국회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정치적 중립성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특별위원회’에 출석해 국정원이 마련한 자체개혁안을 보고하기에 앞서 경호원에게 둘러싸인 채 보도진이 퇴장하길 기다리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정치개입 셀프감시’ 위한 증원 요구
모든 직원에게 서약서 받고
부당명령 심사청구 방안 내놔
상명하복 엄해 공수표 될 우려
예산통제·대공수사권 거론 안돼

박근혜 대통령의 ‘셀프개혁’ 지시가 나오고 5개월여 만인 12일, 국가정보원개혁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김재원 의원이 “한 글자도 빠뜨리지 않고 적어왔다”고 밝힌 국정원 자체개혁안은 A4 용지로 석장을 넘지 못했다. 국정원은 개혁 대상으로 지목된 기존 조직과 활동은 그대로 둔 채, 정치개입을 ‘셀프감시’하겠다며 오히려 조직과 인원을 대폭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폐지’라는 용어는 딱 한 차례만 들어 있다. 국정원은 야권에서 강력하게 폐지 또는 축소를 요구하는 국내정보 수집 기능과 관련해 “국회·정당·언론사에 대한 정보관(IO, Intelligence Officer)의 상시출입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보고했다. 국가정보원법의 ‘국내 보안정보의 수집·작성·배포’, ‘정보 및 보안 업무의 기획·조정’ 조항을 근거로 정부 부처와 민간 부문에 대한 정보 수집은 계속하는 대신, 정치개입 소지가 큰 국회·정당·언론사를 ‘상시’ 출입하지는 않겠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수준의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정원 활동에 밝은 인사는 “상시출입을 하지 않으면 (정보의) 맥이 끊길 수 있어 정보관 입장에서는 치명적일 수 있다”면서도 “결국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는 국회·정당을 상대로도 정보를 수집하겠다는 말”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금도 이들 기관에는 상시출입보다 필요할 때 출입하고 있다. 말장난처럼 보인다”고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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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국회, 정치권, 언론사, 정부 부처, 지방자치단체, 법원, 검찰, 기업, 금융권, 호텔, 대학, 시민단체 등을 출입하는 국정원 정보관은 수백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출입처’를 드나들며 안보와 관련 없는 온갖 정보까지 백화점식으로 수집한 뒤 일일 보고서를 작성한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청와대 등에 보고되면서 ‘정치공작’의 밑천으로 활용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말단 정보원부터 국정원장까지 이어지는 ‘전직원 정치개입 금지 서약’을 제도화하겠다는 대목도 비판을 사고 있다. 국가정보원법에 따라 정치개입이 철저히 금지되는 상황에서도 조직적 대선개입 사건이 벌어졌는데, 고작 ‘종이 서약서’를 더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국정원은 2008년 5월 이명박 대통령에게 “과거 정치 관여 행위에 대한 반성과 함께 순수 정보기관으로 거듭날 것”을 다짐하는 ‘정치중립 선언문’을 보고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국정원이 정치개입을 막겠다며 야심차게 내놓은 ‘부당명령심사청구센터’와 ‘적법성심사위원회’ 설치 방안도 유명무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국정원 출신 인사는 “내부 소문과 평판, 여론에 민감한 간부들의 경우 부당지시에 대한 ‘자기검열’ 효과는 일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자기 직을 걸고 문제를 제기할 직원은 거의 없을 것이다. 실효성이 의문”이라고 했다. 또다른 인사는 “국정원은 철저히 가려진 조직이다. 내부감시를 강화해도 이를 국회 등 외부에서 확인·감독하는 제도적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유명무실화할 것”이라고 했다. ‘무명의 헌신’을 앞세우며 복종을 중시하는 국정원 조직문화에서 센터나 위원회가 설치된다고 부당한 지시나 명령을 받았을 때 자유롭게 ‘이의신청’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국정원은 위법 가능성이 있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변호사 출신들로 구성된 ‘준법통제처’를 새로 만들어 ‘사전 법률검토’를 받겠다고 했다. 하지만 바로 옆 부서 업무도 모를 정도로 밀행성이 보장되는 국정원에서 ‘겉핥기 검토’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원은 또 자체개혁안에서 국회 정보위원회의 예산 통제권 강화, 대공수사권 이관 문제 등은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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