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12.12 19:38
수정 : 2013.12.13 14:33
자의적 잣대로 활용 가능성
“특정정당·정치인 언급은 금지”
업무범위 규정마련 등에 그쳐
국가정보원은 대선개입이라는 국기문란 행위를 저지른 심리전 활동과 관련해서도 진정성 있는 개혁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국정원의 심리전 활동은 대북 사이버전 수행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넘어, 댓글과 트위터 글을 통해 선거에 개입하고 주요 정치 현안에 대해 정권 홍보의 첨병 구실을 해왔다. 그럼에도 국정원은 심리전 업무의 중단이나 심리전단 조직의 대대적인 개편 대신 관련 업무 범위를 설명해주는 수준의 시행규정을 마련하겠다는 미봉책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
국정원은 △북한의 지령과 북한체제 선전·선동 △대한민국 정체성 및 역사적 정통성 부정 △반헌법적 북한 주장 동조 등 3개 영역에 한해 ‘방어심리전’을 수행하고, 이적 사이트에 대한 정보수집 차원의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 심리전 활동 시 특정 정당과 정치인 관련 내용의 언급은 금지하고, 심리전 시행 실태를 확인·감독하기 위한 심리전 심의회를 설치·운용하겠다고 보고했다.
문제는 국정원이 셀프개혁안에서 제시한 ‘방어심리전’의 대상 영역이 얼마든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처럼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하지는 않는다 해도, 심리전 활동을 통해 정부 정책이나 정치 현안에 개입할 소지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대한민국 정체성 및 역사적 정통성을 부정하는 행위”에 대해 심리전을 수행하겠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충분하다. 대한민국 정체성이나 역사적 정통성에 대해 국정원과 시민사회의 해석이 다를 수 있는 만큼, 국정원 입장에선 예컨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나 극우 성향의 역사 교과서에 대한 비판, 제주 해군기지 반대 운동 등도 심리전을 통해 격퇴해야 할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런 수준의 심리전 개편 방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국정원개혁특위 야당 간사인 문병호 민주당 의원은 “북한의 사이버전에 대응하는 사이버상의 대비책은 충분히 해야 하지만, 이 업무를 국정원이 해서는 통제하기 어렵다”며 “국정원 심리전단은 폐지하고 심리전 활동은 국정원이 아닌 다른 기관이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원의 일탈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셀프개혁안을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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