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12.13 20:14
수정 : 2013.12.16 13:49
*휴민트: 인적정보
서상기 ‘장성택 정보’ 경로 경솔발언
정보원 생명 직결되고 정보망 위험
새누리당의 지나친 국가정보원 ‘칭찬’이 오히려 국정원의 대북정보 수집경로를 노출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상기(새누리당) 국회 정보위원장은 13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장성택 전 조선노동당 행정부장의 실각·처형 소식과 관련해 “그동안 국정원의 대북휴민트, 즉 인적정보망이 거의 말살되다시피 했는데 다시 되살아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국정원개혁특위를 강력히 반대해 온 서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새벽에 국정원으로부터 (장성택 처형 관련)보고를 받았다. 최근 장성택 부하들도 기관총으로 처형됐다고 국정원에서 확인해 줬다. 장성택도 같은 방식으로 처형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기관총 총살’은 곧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지만, ‘장성택 정보’가 다른 경로가 아닌 휴민트를 통해 확보됐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보기관의 대북정보는 인적정보(휴민트), 신호정보(시긴트), 영상정보(이민트)를 통해 수집된다. 최첨단 기술이 동원되는 신호·영상정보는 미국이, 인적정보는 한국이 상대적으로 뛰어나다는 평가다.
신호·영상정보는 ‘돈’으로 해결될 수 있지만, 인적정보 구축을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한번 유출된 휴민트 정보는 곧바로 정보원의 생명과 직결된다. 이 때문에 외국 정보기관에서는 내부 정보분석관에게도 해당 정보의 출처가 인적정보인지 신호정보인지 제한적으로 확인해 준다. 이명박 정부 시절 정부 당국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상태에 대해 ‘칫솔질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자, 김 위원장 주변 인사들이 대거 교체되면서 고급정보가 끊겼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국정원 정보활동에 밝은 한 전문가는 “구체적으로 지목하지 않더라도 정보수집 경로를 ‘휴민트’라고 특정할 경우 보안점검과 색출이 이어지고, 고급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들을 주기적으로 교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애써 구축한 정보망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미 정보판단이 끝난 상황에서 정보수집 경로를 밝히는 것은 아무런 중요성을 갖지 않는다. 자꾸 이를 밝히는 것은 ‘장사’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기관총 총살’ 발언과 관련해 “정부 당국뿐만 아니라 관련 전문가들도 말을 아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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