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12.15 20:49
수정 : 2013.12.16 13:51
원세훈쪽 “개인정보 수집 안돼”
전문가들 “공개를 전제로 쓴 글
학계·업체 등 누구나 수집” 반박
인권단체 “현행법상 증거능력 돼”
국가정보원의 대선 여론조작 및 정치개입 의혹 사건 재판에서 ‘국정원 직원들이 쓴 트위터 글을 수집하는 게 위법이냐 아니냐’가 쟁점이 되고 있다. 원세훈(62) 전 국정원장 쪽이 ‘빅데이터 업체가 개인정보인 트위터 글을 수집하는 것은 위법이므로 검찰이 빅데이터 업체한테 받은 트위터 글을 증거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정보 전문가들은 트위터 글을 개인정보로 볼 것인지에 대해선 견해가 갈리지만, 빅데이터 업체가 트위터 글을 수집하고 수사기관에 제공하는 것은 위법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개인정보보호법에서 개인정보는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 및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해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말한다. 이름·주민등록번호·휴대전화번호 뒷자리 숫자 등이다. 원 전 원장의 변호인은 트위터에 실명을 밝히는 경우가 많고 글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드러나므로 트위터 글도 개인정보라고 주장한다. 개인정보보호법 전문가들도 대체로 트위터 아이디·닉네임과 글이 개인정보에 해당한다고 본다.
반면 트위터 자체가 미디어이고 공개를 목적으로 자발적으로 올린 글은 개인정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가 맞선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이광철 변호사는 “개인을 식별하는 측면에서 개인정보라고 못 볼 것은 아니지만 트위터 표현까지 개인정보라면 (블로그·게시판 글 등) 개인정보가 아닌 게 없게 된다. 공개를 전제로 쓴 글을 개인정보보호법이 말하는 개인정보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장덕진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실제로 미국 의회도서관은 기록을 목적으로 전세계 트위터 글을 수집하고 있다. 트위터 글이 공공영역에 있는 자산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트위터 본사의 약관을 보면 “귀하의 사용자 프로필 정보와 공개 트위트는 다수의 검색엔진을 통해 검색 가능하며 광범위한 사용자와 서비스로 즉시 전달됩니다”라고 돼 있다. 트위터 글은 포털에서 누구나 검색할 수 있고, 트위터 본사 역시 계약을 통해 누구나 트위터 글을 수집할 수 있도록 허락한다. 이를 토대로 학계나 마케팅 업체가 트위터를 연구하고 활용하고 있다. 한 개인정보보호법 전문 변호사는 “트위터는 만인에게 공개된 서비스다. 제3자가 검색엔진 등을 통해 수집·이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트위터 이용자가 묵인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 전 원장 쪽은 개인이 삭제한 글까지 빅데이터 업체가 수집·보관하고 이를 수사기관에 제공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이광철 변호사는 “지난해 통합진보당 부정경선 당시 당원 명부 확보를 위해 검찰이 삭제된 파일을 복구한 행위에 대해서도 법원은 일관되게 합법증거라고 판결했다. 특히 국정원 사건에서는 트위터 글 자체가 범죄의 결정적 증거다. 증거인멸을 해놓고 수사기관이 그 글을 복원하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하는 셈인데 우리 형사소송법 체계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논리다”라고 말했다.
정보인권단체인 진보네트워크는 지난 6일 성명을 내어 “개인정보 보호가 정보화 시대에 매우 중요한 정보인권이고 트위터 글은 보호되어야 할 개인정보이다. 하지만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체계에서 121만건의 트위터 정보가 국정원이 국내법을 위반해 정치·선거에 개입했다는 사실에 대한 증거로 쓰지 못할 만큼 위법한 수집이라고 볼 수 없다. 특히 국가기관의 선거개입과 같은 중차대한 민주주의의 위기 상황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앞세워 주장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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