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1.01 19:30
수정 : 2014.01.02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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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준 국가정보원장(맨 오른쪽)이 1일 새벽 국정원 개혁법안들이 상정돼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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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개혁법안 심사 법사위 출석
“2015년 통일 공개적 얘기 부적절”
민주당 지적에 남 원장 “예의주시 뜻”
“양양가는 부른 적 없어” 해명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1일 새벽 국정원 개혁법안 심사가 진행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공개 출석해 야당 의원들과 ‘심야 설전’을 벌였다.
뜻밖에도 설전의 ‘하이라이트’는 지난달 국정원장 공관에서 남 원장 주재로 열린 국정원 송년회에 모아졌다. 18대 국회에서 정보위원을 지낸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포문을 열었다. 박 의원은 송년회 자리에서 남 원장이 ‘2015년 통일 플랜’을 언급하며 ‘통일을 위해 다 같이 죽자’고 말했다는 12월24일치 <조선일보> 보도 내용을 인용해 ‘국정원이 2015년 통일이 된다는 내부 계획이 있더라도 이를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냐’고 캐물었다. 해당 보도가 나온 뒤 정치권 안팎에서는 성급한 ‘김정은 체제 전복 공작’이라며 남 원장의 부적절한 언행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신중한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통일부 등과 ‘엇박자’를 낸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남 원장은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하겠다. 저는 ‘양양가’를 부른 일도 없고…”라고 해명했다. 송년회 참석자들이 ‘이 몸이 죽어서 나라가 산다면/ 아 아 이슬같이 기꺼이 죽겠노라’라는 내용으로 개사돼 독립군가로도 불린 ‘양양가’를 합창했다는 보도 내용을 부인한 것이다. 박 의원이 ‘노래 부른 것을 물은 것이 아니다’라고 제지하자 남 원장은 “북한 체제의 불확실성이 증대됐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생을 바칠 각오로 예의주시하라는 의도였지, 2015년 (북한) 붕괴를 얘기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발언이 보도돼 논란이 인 것과 관련해 “(발언 유출에 대한) 감찰조사를 지시한 상태”라고 했다. 최근 국정원 대변인(1급)이 보직에서 밀려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감찰조사와 연관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이에 대해 국정원 관계자는 “대변인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대외 언론 업무만 맡지 않을 뿐 대변인직은 그대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 원장은 이어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질타하는 야당 의원들과 2차 설전을 벌였다. 남 원장은 “(검찰) 공소사실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일부 일탈은 있었지만 조직적 개입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는 답변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특히 국정원이 내란음모 혐의로 수사한 통합진보당 사건을 거론하며 “통합진보당은 재판 결과가 안 나와서 무죄 추정 원칙이 적용되는데, 국정원은 이미 선거개입을 조직적으로 한 걸로 하고 (국회가) 정치개입 금지 입법을 했다.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지 않는 것을 억울하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감싸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자 남 원장은 “이미 정보위에서 진위 여부를 떠나 국정원이 정쟁의 중심에 선 것에 대해 송구하다고 세번씩이나 얘기했다”며 뻣뻣한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의원들의 질타가 계속되자 “두번 다시 불필요한 오해 소지에 휘말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믿어달라”며 “정치개입 근처에도 가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말씀드린다”고 자세를 낮추기도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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