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사설] 국정원 ‘지방선거 개입’ 논란, 성남시만의 일인가 |
경기 성남시에서 국가정보원 요원이 야당 소속 시장을 최근까지 사찰하는 등 지방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주장이 불거졌다. 국정원 쪽은 사실이 아니라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으나 이 해명을 그대로 믿기에는 의심스런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7일 기자회견을 열어 성남지역 담당 국정원 조정관 김아무개씨가 지난해 12월30일 가천대 부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석사학위 논문 표절 논란을 언급하며 논문을 달라고 요구하는 등 정치에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성남시 주무관에서 사무관으로 승진한 김아무개 팀장의 진급과 관련한 인사정보를 수집하고, 시에서 발주한 수의계약 자료를 요구한 적도 있다고 한다. 앞서 9월에는 시 역점사업인 사회적 기업 및 시민 주주 기업 관련 자료 일체를 요구하는가 하면, 친형과의 가정사에 끼어들어 갈등을 확산시키기도 했다는 게 이 시장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국정원 경기지부는 반박 자료를 내어 김씨가 가천대 부총장을 만난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한담 과정에서 언론에 나온 얘기를 나눈 것이며 관련 자료를 요청하거나 입수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또 사회적 기업 현황과 수의계약 시스템 등에 대한 정보 수집 행위에 대해서는 “아르오(RO)의 내란음모 혐의 수사 과정에 필요한 적법한 보안정보 활동의 일환”이었다고 반박했다. 한마디로 모두 적법한 활동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정원 해명에 따르더라도 대학 부총장을 만나 야당 소속 시장의 논문 표절 문제를 거론한 것이 대공 관련 정보 등에 대한 수집만을 직무로 규정한 국정원법 규정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국정원 쪽 주장과 달리 이 시장 쪽은 김씨가 표절 논란 심사 과정에 관심을 표명하며 논문을 달라고 했다는 대학 관계자의 녹음파일까지 확보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더구나 승진 관련 인사정보 수집에 대해선 아무 해명을 못하는 걸 보면 김씨가 직무범위를 넘어 불법사찰을 벌였을 가능성이 짙어 보인다.
지난해 대선개입 사건 뒤 국정원 스스로 기관 상시출입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등 자체 개혁안을 내놓고도 현장에서는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더구나 국정원의 해명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국가기관이나 정당·언론사 등에 상시출입을 할 수 없도록 국가정보원법이 개정됐는데도 이에 대한 준수 의지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런 태도에 비춰보면 올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정원의 정치개입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성남 이외에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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