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사설] 공소유지 방해하는 ‘국정원 수사팀 분해’ |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검찰 특별수사팀이 결국 완전히 공중분해됐다. 법무부가 지난달 28일 평검사 인사를 하면서 수사팀의 단성한 검사를 대구지검으로, 김성훈 검사를 광주지검으로 발령내면서 초기 수사팀 검사 7명 가운데 이제는 오직 1명만 남게 됐다. 채동욱 검찰총장 찍어내기로 시작된 수사팀 무력화 작전이 윤석열 수사팀장에 대한 감찰조사 및 좌천 인사를 거쳐 이제 수사팀의 해체로 완전히 마침표를 찍은 셈이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간부들에 대한 공소유지를 비롯해 아직도 해야 할 일이 산적한 상태다. 게다가 이번에 지방으로 발령난 검사들은 국정원 직원들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트위터 등에 올린 불법 댓글을 분석하는 핵심 업무를 담당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트위터 등을 활용해 대선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국정원 직원 20여명의 신병 처리 문제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법무부는 검사들이 지방에 재직하면서도 재판에는 계속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말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이야기다. 지방과 서울을 오가면서 재판에 참여할 경우 업무 병행에 따른 집중력 저하 등으로 공소유지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검찰은 원 전 원장 변호인 쪽의 문제제기에 따라 기소한 121만건의 트위터 글에 대해 일일이 작성자를 소명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런 작업을 위해 인원을 더 증원해도 모자랄 판에 직접 수사를 맡았던 검사들을 지방으로 보내고 나면 공소유지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번 검찰 인사를 두고 법조계에서 “법무부의 지능적인 공소유지 방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돌아보면 이번 특별수사팀처럼 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검사들도 별로 없었던 듯하다. 상부의 온갖 압력과 방해에도 불구하고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긴급체포와 압수수색 등을 통해 국정원의 유례없는 국기 문란 행위를 밝혀냈다. 검사라면 모름지기 범죄 행위 앞에 분노하고 정의를 실현하려는 사명감에 불타야 한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었다.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 전 수사팀장의 국회 발언은 아직도 많은 국민의 마음속에 감동으로 남아 있다.
제대로 된 정권이라면 검사들의 이런 용기와 의기를 격려하고 힘을 북돋아줬어야 옳다. 그것이 땅에 떨어진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검찰조직을 제대로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정권은 완전히 반대의 길을 걸었다. 침묵과 굴종, 영합과 눈치보기가 한국 검찰의 가장 중요한 덕목임을 끊임없이 보여줬다. 이번 검찰 인사는 그 완결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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