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2.27 20:13
수정 : 2014.02.28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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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표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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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2년차에 들어선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이 매우 높다. 최근 각 기관의 여론조사는 55.1%~63.6%의 지지율 분포를 보였다. 반면에 서울광장을 비롯한 전국 대도시의 거리에서는 ‘박근혜 퇴진(OUT)’이라는 피켓을 든 시민사회단체 시위대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신문이나 방송이 보여주는 높은 지지율과 도심지 거리에서 만나게 되는 ‘대통령 비판’ 물결의 공존은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가?
시위를 조직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이 여론을 거스르고 있다는 것이 보수 계열 주류 언론들의 해석이다. <조선일보>(26일치)는 ‘그들만의 시위… 시민들 “도대체 왜 하는 건지”’라는 제목의 사회면 머리기사로 시위대를 비난했다. “대통령 지지율 50% 넘는데 ‘국민 총파업’ 이름부터 잘못”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가 주도한 지난 25일의 ‘국민파업’ 집회를 비판한 기사다.
하지만 ‘여론조사 지지율’의 실체가 무엇인가를 생각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른바 ‘조중동’, 곧 조선·중앙·동아일보가 신문 유료 독자의 70%가량을 차지한다. 게다가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을 합치면 국민 대다수가 방송의 절대적인 영향 아래 있다. 다시 말하면 대다수 국민들이 보수적 신문 방송을 통해 세상과 접하고 있다.
그런데 박 대통령 집권 1년 동안 가장 중요한 시국 쟁점은 국정원의 조직적 대선 개입 사태였다. 하지만 국정원 대선 개입을 규탄하는 1차 범국민 촛불집회가 열렸던 지난해 6월28일부터 8월5일까지 공영방송인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의 메인뉴스에서 시국선언과 촛불집회를 다룬 리포트는 거의 없었다. ‘조중동’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어쩌다 보도한다고 해도 앞에서 살펴본 조선일보 기사처럼 집회 자체에 대한 비판 일변도였다.
70% 이상의 국민들이 지금 거리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국민 대다수는 대통령에게 국정원의 개혁을 촉구하는 거리의 함성을 아예 없는 것으로 무시하거나 귀찮은 ‘소음’일 뿐이라고 왜곡하는 보수적 언론을 통해서만 세상을 만날 뿐이다. 결국 박근혜 정부에 대한 우호적인 기사로 범벅된 이미지가 언론에 의해 일방적으로 주입된다. 언론은 이렇게 해서 왜곡된 여론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의 손으로 숫자화되면 이를 객관적인 사실처럼 보도하고 있다.
문제는 거리에서 만나는 여론과 언론에서 만나는 여론의 엄청난 간격이 우리 사회를 어디로 끌고 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거리의 여론을 언론이 균형감 있게 반영하지 못하면, 과거 군사권위주의 정권 시절처럼 거리의 여론이 만들어낸 적극적인 정권 비판 세력과 언론이 만들어낸 수동적인 국민 층으로 사회가 양분된다. 결국 정국의 주도권은 정권 비판 세력 쪽으로 서서히 넘어가게 되는 것을 우리는 이미 박정희, 전두환 정권 말기에 경험했다.
평소 적극적인 비판 세력과 부대끼면서 적응력을 기를 기회를 얻지 못해 정권의 위기 대응력이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금 거리의 여론은 시민사회단체, 노동계, 종교계, 대학가를 포함하여 시대의 흐름에 동참하기를 결단하는 국민 층을 망라한 사회 저변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바르게 반영하지 못하고 정론에서 벗어난 언론은 자신의 정체성을 잃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그들이 열과 성을 다해 옹위하려는 권력 자체를 위해서도 독이 될 수 있다.
성한표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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