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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4.25 01:11 수정 : 2016.04.26 10:31

‘좌익효수’란 아이디로 인터넷에 악성 댓글 등을 단 국가정보원 직원 유아무개(42)씨에게 최근 법원은 모욕 혐의만 인정하고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그가 익명으로 몰래 쏟아낸 각종 악성·저질 정치개입 발언의 ‘죄상’에 비하면 너무 가벼운 판결이다. 그런데 법원의 ‘면죄부 판결’ 뒤에는 검찰의 ‘봐주기 기소’가 있었다. 검찰과 법원이 힘을 합쳐 국정원 직원의 명백한 불법행위를 눈감아주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지난해 11월 유씨를 불구속 기소하면서 애초 국정원 댓글 특별수사팀이 발견한 유씨의 선거 개입 게시물 등 수백개의 글을 제외한 채 10개의 글만 기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별수사팀은 유씨가 2011~2012년에 당시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를 비난하는 글을 비롯해 선거 개입 게시물과 댓글을 수백건이나 올린 것을 파악하고 상세한 수사기록까지 남겼으나, 정작 기소 단계에서는 이런 혐의가 모두 빠져버렸다.

검찰은 애초부터 유씨 비호에 급급했다. 유씨한테서 입에 담지 못할 수치스러운 모욕을 당한 인터넷 방송 진행자 ‘망치부인’ 이경선씨가 고소장을 냈는데도 검찰은 2년간이나 수사를 질질 끌었다. 검찰이 좌익효수의 신원확인조차 하지 않던 사이에 이씨는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좌익효수가 국정원 직원이라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패소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검찰은 이미 유씨의 범죄행각을 속속들이 알면서도 뭉그적댔고, 마지못해 기소하면서도 중대한 범죄혐의를 모두 빼버린 것이다. 이러고도 검찰이 법과 정의를 외칠 수 있는지 한숨만 나올 뿐이다.

검찰의 알맹이 없는 ‘축소 기소’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법원의 면죄부 판결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이창경 판사는 판결문에서 “유씨가 선거와 관계없이 매우 저속하고 과격한 표현으로 비방 댓글을 지속적으로 달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으니 모순도 그런 모순이 없다. 다른 사건과 비교해볼 때 형평성도 없다.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페이스북에 박원순 서울시장을 지지하는 글을 올린 서울시 공무원이나,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시국선언 전교조 교사 등에 대해 법원은 어김없이 유죄판결을 내렸다. 법원이 ‘여권 편향’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좌익효수 엉터리 기소 사실이 드러난 이상 관련자들과 검찰 지휘라인에 대한 철저한 문책이 뒤따라야 한다. 또 검찰은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마땅히 추가 기소를 해야 한다. 검찰과 법원의 국정원 감싸기는 법치주의의 기본을 뒤흔들고 사법기관의 신뢰를 땅에 떨어뜨리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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