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9.01 07:35
수정 : 2017.09.1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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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 출입구 위쪽에 법원의 상징인 '정의의 여신상'이 보인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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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기환송 대법관 13명중 10명 남아
유무죄 회피 뒤 다시 판결 직면
양승태 대법원장은 24일 임기 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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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 출입구 위쪽에 법원의 상징인 '정의의 여신상'이 보인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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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의 18대 대선개입을 인정하는 파기환송심 판단이 나오면서, 항소심에서 유죄의 증거로 인정된 파일을 문제 삼아 이 사건을 파기했던 대법원의 두번째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김대웅)는 지난 30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이끈 국정원이 사이버 여론조작을 통해 정치개입뿐 아니라 대선개입도 했다고 판단했다. 2015년 2월 항소심도 같은 취지로 판결했지만, 그해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13 대 0 만장일치로 유죄 판단의 핵심근거가 된 국정원 트위터팀 직원의 전자우편 첨부파일 2건(‘425지논’, ‘시큐리티 파일’)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유무죄 판단은 없었지만, 사실상 항소심 결론을 뒤집은 것이다. 이에 파기환송심은 대법원 판단과 같이 두 첨부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추가 증거 등을 바탕으로 원 전 원장 등의 조직적 선거개입이 명백하다고 결론냈다.
원 전 원장 쪽이 재상고 의사를 밝히면서, 이번 사건은 다시 대법원의 최종판단을 받게 됐다. 대법원은 파기 이후 새로 제출돼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된 ‘전 부서장 회의 녹취록’과 ‘에스엔에스(SNS)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 보고서 등을 중심으로 증거능력 판단을 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경험이 있는 한 판사는 “새 증거가 주된 판단 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새 자료의 증거능력에 큰 하자가 없는 한 대법원이 다시 파기할 가능성은 작다는 게 법조계 전망이다. 파기환송 당시 대법원이 유무죄 판단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 대선개입을 유죄로 판단한다고 해도 형식적으로 모순은 없다. 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파기환송심도 대법원이 인정하지 않은 증거를 채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법원으로선 더는 파기할 명분이 없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 사건을 다시 넘겨받는 대법원의 속내는 복잡해 보인다. 만장일치 파기 판결을 내린 대법관 13명 중 10명(양승태·고영한·박보영·김창석·김신·김소영·조희대·권순일·박상옥·김용덕)이 남아 있다. 오는 24일 임기가 끝나는 양승태 대법원장을 제외하면 이번 재상고 사건은 이들이 포함된 소부(4명)에 다시 배당될 가능성이 크다. 자신이 심리에 참여해 증거능력을 방패 삼아 유죄 원심을 파기한 사건에 대해 이제 와 다시 유무죄를 판단해야 하는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일부 증거에 대한 판단이 다르면 그 부분만 배척할 뿐 큰 틀의 결론이 같으면 굳이 파기하지 않는데도, 대법원은 유무죄 판단을 회피했다”고 지적하며 “당시 객관적 심증을 가졌다던 대법관들이 다시 재판해 다른 결론을 내놓는 상황을 만든 것 자체가 문제”라고 쓴소리를 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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