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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0.30 21:25 수정 : 2017.10.30 23:16

국정원 개혁위 발표

2009년 보수단체와 협조해
‘월간조선’에 회원 명단 넘겨
조선일보에는 “해체하라” 광고

박승춘 설립 이념 교육단체 ‘국발협’
국정원이 지원·운영한 외곽단체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개혁 성향 판사들 모임인 ‘우리법연구회’를 해체하려고 왜곡된 내용의 신문 광고와 언론 기사화 유도 등의 ‘공작’을 벌인 사실이 밝혀졌다. 또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이 설립해 노무현·김대중 정권을 ‘종북 좌파 정부’로 매도하는 등 편향된 안보교육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던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국발협)가 국가정보원이 4년간 63억원을 지원해 직접 운영한 외곽 단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법연구회 명단·활동 내용 <월간조선> 등에 넘겨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위원장 정해구)는 30일 보도자료를 내어 “국정원 심리전단이 원세훈 전 원장 지시를 따라 우리법연구회 해체 촉구 심리전을 통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우리법연구회는 1987년 6월 민주화운동 이후 전두환 정권에서 임명된 사법부 수뇌부의 퇴임을 요구한 판사들이 주축이 돼 만든 모임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 모임 출신이다.

개혁위 발표를 보면, 국정원 심리전단은 2009년 8월께 보수단체 ‘자유주의진보연합’과 협조해 우리법연구회 회원 명단과 활동 내용을 <월간조선> 등 언론사에 넘겨 기사화를 유도해 해체 여론 조성에 나섰다. 또 ‘뉴라이트 전국연합’, ‘반국가교육 척결 국민연합’ 등 보수단체를 활용해 우리법연구회 해체를 위한 신문 광고, 기자회견, 1인시위를 진행해 비판 여론 확산을 시도했다. 실제로 2009년 12월3일치 <조선일보>에 이들 보수단체의 이름으로 ‘법조계 사조직인 우리법연구회는 해체해야 한다’는 내용의 광고가 실렸다. 개혁위는 “검찰에서 (이 건과 관련해) 수사가 진행 중이니 관련 자료를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승춘의 ‘국발협’도 국정원이 설립

‘원세훈 국정원’이 보수 쪽으로 안보교육을 강화하려고 박승춘 전 보훈처장을 초대회장으로 한 ‘국발협’을 세운 사실도 드러났다. 개혁위는 원 전 원장의 지시로 2010년 1월 국발협을 설립해 2014년 이 단체가 청산할 때까지 자체 예산 63억여원을 투입해 임대료, 상근 직원 인건비, 강사료 등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특히 국정원은 국발협 강사들이 사용한 안보교육 교재와 디브이디(DVD) 영상 자료도 직접 제작했다. 이들 교재와 디브이디에는 “북한이 바라는 노무현 후보”, “사회 곳곳에 종북·친북 세력이 파고들었다”, “김대중 정부의 6·15 선언과 노무현 정부의 10·4 선언 이행은 김일성의 조국통일 노선을 관철시키는 것” 등의 내용이 담겨 있어, 2012년과 2013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된 바 있다.

개혁위는 “국정원이 국가예산으로 국발협을 설립·운영하며 ‘진보정권은 종북’이란 편향 교육을 한 것은 정치·선거개입 의도가 다분하다”며 “원세훈 전 원장, 박승춘 전 처장을 국가정보원법상 정치관여 금지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의뢰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문화예술계 8500명 ‘인물 검증’

이와 함께 개혁위는 국정원이 2014년 3월 문화예술계 인물 249명을 좌편향 ‘블랙리스트’로 작성해 에이(A)~시(C)급으로 분류하고 정부 보조금 지원 중단 등 ‘옥죄기’ 방법을 보고하는 방식으로 청와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탄압을 적극 지원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국정원은 또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등 15개 단체를 ‘좌성향 문제 단체’로 선정했다. 국정원은 2014년 2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8500여명의 인물 검증 요청을 받아, 이 가운데 348명을 ‘문제 인물’로 선별해 통보했다. 송호진 송경화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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