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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0.31 14:00 수정 : 2017.10.31 14:26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문고리3인방' 중 2명인 안봉근(왼쪽)·이재만(오른쪽) 전 비서관이 긴급체포돼 3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소환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더(The)친절한 기자들
‘눈먼 돈’ 특활비 절반 이상 쓰는 국정원 사전·사후 감사도 안 받아
이명박근혜 정부 때 불법 정치활동 지원금으로 사용
박 정부 때는 매년 10억원씩 청와대에 상납한 의혹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문고리3인방' 중 2명인 안봉근(왼쪽)·이재만(오른쪽) 전 비서관이 긴급체포돼 3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소환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10월의 마지막 날.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문고리 권력 3인방’ 가운데 2명이 검찰에 긴급체포 됐습니다. 안봉근(51)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과 이재만(51)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입니다. 나머지 한 명인 정호성(48)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비선실세 최순실(61)씨에게 청와대 문건을 대량으로 넘겨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지요.

오늘 긴급체포된 2인방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간부들로부터 뒷돈을 상납받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화이트리스트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국정원 간부들로부터 안봉근 전 비서관과 이재만 전 비서관에게 뒷돈을 상납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매년 10억원씩 약 40억원 가량의 ‘특수활동비’가 청와대로 상납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국정원 예산 40억원이 구멍 났는데 어떻게 그동안 아무도 모를 수 있었는지 그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 ‘눈먼 돈’ 특수활동비…절반은 국정원이 사용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나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가리킵니다. 표현부터 애매모호하지요? 하지만 그 규모는 엄청납니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이 기획재정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6년 정부의 특수활동비는 8870억원이었고 올해는 8990억원입니다. 올해만 해도 지난해보다 120억원 가량 늘었는데, 매년 증가 추세입니다.

가장 많은 특수활동비를 배정 받은 곳은 어디일까요? 바로 국정원입니다. 2017년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예산은 494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86억원 늘었습니다. 정부 전체 특수활동비 예산의 55%에 해당하는 엄청난 금액입니다.

매년 9000억원이 국민들의 세금으로 편성되는데, 국민들은 이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각 정부 부처는 특수활동비와 관련해 “수사와 정보수집 등 사용처를 밝히면 지장을 받을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 영수증 등 증빙서류를 생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수활동비를 받았다는 서명만 하면 현금으로 수령해 사용하고, 사용 내역도 제출할 필요가 없는 거지요.

실제 감사원이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19개 정부기관의 특수활동비 집행실태를 점검한 결과를 보면, 49.7%가 현금으로 지원되는 특수활동비를 사용하면서도 언제, 누가, 왜, 비용을 얼마만큼 썼는지를 밝히는 ‘집행내용확인서’를 제대로 남기지 않았습니다. (▶관련 기사 : 특수활동비 절반 ‘지출 내역’도 없어…‘눈먼돈 맞네’)

더 충격적인 것은 국정원의 경우, 감사원의 이같은 실태 점검조차 받지 않는다는 겁니다. 감사원은 “국정원 예산은 모두 특수활동비로 구성되고 ‘비밀유지’ 필요성 등을 감안해 성격이 타 기관과 다르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가장 많은 특수활동비를 사용하면서, 사후 점검조차 받지 않는 것이 국정원의 특수활동비입니다.

■ 불법 정치활동의 ‘돈줄’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특수활동비는 고위 공직자들의 쌈짓돈으로 사용된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특수활동비가 고위공직자들의 식사 접대나 유흥비, 골프 접대 등에 사용된 사실이 끊임없이 드러났기 때문이죠. (▶관련 기사 : 쌈짓돈, 검은돈, 뻔뻔한 돈…특수활동비 흑역사)

하지만 국정원의 경우는 상황이 더욱 심각합니다. 국정원은 견제받지 못한 이 예산을 불법 정치활동에 썼습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 몇 가지 짚어볼까요?

1. 특수활동비로 여론몰이용 인터넷 매체 설립

국정원은 대선 7개월 전인 2012년 5월 특수활동비로 인터넷 언론을 설립했습니다. 정치 댓글 공작을 벌인 국군 사이버사령부 530단이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받아 여론몰이를 위한 콘텐츠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죠. 국정원은 사이버사에 연간 30억~60억원의 특수활동비를 지원해왔는데, 이 가운데 일부는 사이버사 심리전단 부대원들에게 수당 성격의 활동비로 지금됐다고 합니다.

▶관련 기사 : [단독] 군 사이버사, 인터넷 언론까지 직접 운영했다

2. 심리전 위해 만들어진 단체에 운영비 지원

국정원은 온라인 여론조작과 별도로 오프라인 심리전을 위해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이 만든 단체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국발협)’에 자금을 지원했습니다. <한겨레> 취재 결과,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부터 사무실 임대료와 상근자 월급 등의 명목으로 1년간 국발협 한 지회에 5000만원 안팎을 지원했습니다. 자금 출처는 온라인 여론조작과 마찬가지로 국정원 특수활동비였습니다.

▶관련 기사 : [단독] 국정원, 박승춘이 만든 안보단체에도 뒷돈 댔다

3. 민간인팀 30개 운영하며 여론조작

2012년 대통령 선거 직전에는 ‘민간인 여론조작팀’ 3500명을 조직적으로 운영하며 한해 30억원의 예산을 썼습니다. 국정원 적폐청산 티에프에 따르면, 국정원은 2009년 5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민간인으로 30개팀을 운영하며 인건비로 한 달에 2억5000만~3억원을 지급했다고 합니다. 국정원은 이를 ‘사이버외곽팀’이라고 불렀다고 하네요.

▶관련 기사 : [단독] 국정원, 댓글알바 30개팀 3500명 운영했다

국정원은 특수활동비로 자체 여론조사도 벌였습니다. 이를 근거로 정부에 대응방향 등을 조언하는 보고서도 작성해 청와대에 제출했다고 합니다.

■ 문고리 권력에게 전달된 특활비, 어디에 쓰였나?

검찰은 국정원 고위 간부로부터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매년 정기적으로 국정원 특수활동비 가운데 10억원을 청와대에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청와대에도 특수활동비가 있습니다. 2016년 청와대의 특수활동비는 265억원 가량이었죠. 적지 않은 돈입니다.

최대 관심사는 안봉근·이재만 전 비서관에게 전해진 국정원의 특수활동비가 어디에 사용됐느냐 하는 것입니다. 두 비서관의 주머니에 들어갔을 수도 있고, 불법 정치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사안이 중대할 경우, 두 비서관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될 수도 있습니다. 긴급체포의 경우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이 청구되어야 합니다. 앞으로 많은 것을 알려줄 48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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