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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4.29 15:17 수정 : 2015.04.29 15:17

※ 한국에 본부를 둔 국제구호단체 굿네이버스의 네팔 긴급구호팀 소속으로 지진 피해 현장에서 활동하는 비말 비스트가 참상을 전하고 한국인들의 관심을 호소하는 글을 <한겨레>에 보내와 싣는다.

지진이 일어난 다음 날, 잔디밭에서 자고 일어났을 때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지난 40년 동안 네팔에서 살았지만 이렇게 큰 지진은 처음이다.

지진이 발생한 지난주 토요일 오전 11시 56분, 나는 아내와 10살인 딸과 함께 한 모임에 참석중이었다. 단층건물 실내의 테이블과 의자들이 스윙을 하듯 양쪽으로 움직였을 뿐 큰 흔들림이 없었다. 과거처럼 그냥 지나가는 지진이라고 여겼으나 창문 밖에서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높은 건물들이 무너져내렸고, 공포에 휩싸인 사람들은 안전한 곳을 찾아 울부짖으며 뛰어다니고 있었다. 가족과 함께 대피하기 위해 나선 거리에는 이미 무너진 건물 사이로 몸의 일부가 묻힌 주검들이 많았다.

26일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북동쪽에 있는 박타푸르의 한 여성이 지진으로 무너진 집 앞에서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서 있다. 박타푸르/UPI 연합뉴스

내가 몸담은 국제구호개발 엔지오(NGO) 굿네이버스는 지진 피해 지역에 40만달러 규모의 긴급구호를 실시하고 있다. 나는 긴급구호 현장 상황실 책임자로 카트만두에 머물며 피해 지역에 필요한 물품을 확보하고 배분하기 위해 네팔 정부와 논의중에 있다. 현재 카트만두는 도로 곳곳이 폐쇄됐고, 가게들도 모두 문을 닫은 상황이다. 기본적인 물품을 구할 수가 없어, 이재민들에게는 물과 식량을 포함해 안전하게 쉴 수 있는 대피소가 가장 필요하다. 15일간 휴교령이 내려진 학교들 중 건물이 작은 학교만 임시피난소로 사용 중이라 그 수가 충분하지 않다. 하루에 2~3시간 간격으로 계속되는 여진으로 인해 건물 규모가 큰 학교는 무너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비말 비스트/굿네이버스 긴급구호팀
전기는 하루에 2~3시간 정도 공급돼, 이재민들의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 이재민들은 여진 위험을 무릅쓰고 무너진 큰 건물 사이로 들어가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휴대폰을 충전하고 있다. 필자 역시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에베레스트에서 가이드로 활동중인 형의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 지속적으로 연락해보기 위해 건물의 일부가 무너졌지만 전기가 들어오는 아울렛에 들어가 휴대폰을 충전했고, 이 글을 쓰기 바로 직전 형과의 전화 연결에 성공했다. 형은 구조대 헬기에 발견돼 무사하다는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불운을 피해가지 못했다. 수실 코이랄라 총리는 사망자가 1만명에 달할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비쳤다. 세계 각국의 관심과 굿네이버스를 비롯한 엔지오의 구호 활동은 네팔이 안정을 찾는 데 도움을 주고 있지만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오는 데에는 적어도 10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네팔의 아픔을 이겨내는 데 네팔 국민이자 굿네이버스 직원으로 함께 일할 수 있어 감사하다. 내 친구, 이웃의 가까운 곁에서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물품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빠르게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한국인 여러분도 네팔이 이 어려움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응원해주길 바란다.

비말 비스트/굿네이버스 긴급구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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