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제상에 십자가
개신교, 차례 대신 ‘감사예배’ 가톨릭은 조상 제사를 우상숭배가 아니라 조상을 공경하는 아름다운 전통이자 가족 공동체 친교의 장으로 보고 조상제사 예식시안을 마련해 두고 있다. 제사에 앞서 불목하고 있는 이웃이 있는지를 살펴 기꺼이 화해하기로 다짐하고 고해 성사한다. 제상은 집안의 관습에 따라 차리고 제상엔 향로와 향합, 촛대와 함께 중앙에 십자가를 모신다. 제상에서 십자 성호를 긋는 것으로 시작하는 외엔 전통 제사와 유사하다. 제상에 절을 한 뒤엔 “언제나 ○○를 기억하여 이 제사를 올리오니 ○○께서는 저희가 주님의 뜻에 따라 사랑하며 화목하게 살아가도록 하느님께 빌어 주소서”라고 고하고 술과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개신교의 경우 대부분의 교인들이 명절 때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토착문화의 수용 분위기에 따라 대한감리회와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대한기독교장로회 등 대표적인 교단들이 명절예식서를 준비했다. 기독교장회회의 차례예식인 ‘감사의 예배’는 찬송으로 시작된다. 이어서 ‘이 시간, 우리가 이 땅에 존재하도록 낳고 길러주신 조상님들의 은덕을 기억합니다. 먼저 가신 조상님들 앞에 부끄럼 없는 삶을 살게 하옵소서. 이 친교를 통해 저희 가족간의 우애가 더욱 두터워지게 하옵소서’라는 내용의 기도를 드린다. 원불교에선 설날 아침 교당에 나와 합동으로 차례를 지내는 이들이 많다. 가정에서 지낼 때는 술 대신 꽃과 향을 올리고, 조상들에게 집안 사정을 보고하고, 마음 속으로 기원하는 심고를 올린다. 천도교에선 맑은 물 한 그릇으로 제를 지내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제상을 차려 올리기도 한다. 그런데 제상을 벽 쪽이 아니라 산 사람 쪽으로 향하게 하는 게 독특하다. 조상의 정령과 기혈의 원천인 한울님을 내 안에 모시고 있으므로 제사를 받는 것도 결국 나라는 의미다. 조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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