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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20 19:27 수정 : 2006.02.07 18:06

절망과 외면 설을 열흘 가량 앞둔 20일 오전, 서울의 한 지하철역 계단에서 한 여성이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기자가 지켜본 한 시간 동안 이 여성의 신발 끝에 놓인 바구니에는 100원짜리 동전 한 닢조차 놓이지 않았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공감 하지만 세금은 뜨거워”

‘원칙적 찬성. 그러나 신중한 추진을 통한 국민 동의가 필요함. 솔직히 5월 지방선거 전에는 꺼내지 말았으면 함.’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연설 이후 ‘조세 개혁’ 문제가 이슈화 하는 것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분위기는 이렇게 압축된다. 세금이 사실상 유일한 해법이라는 당위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뜨거운 감자’를 만질 수 없다는 현실론 사이의 고민이다.

임종석 의원은 20일 “재원조달은 양극화 해소의 핵심으로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정치권의 합의가 필요하다”며 “부담보다 혜택이 많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국민들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원식 의원은 “정부의 예산낭비를 줄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18 전당대회에 나선 김근태 의원도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재원조달 문제가 핵심인데, 이 부분은 정책 결정권자들의 결정만으로는 안 되고, 광범위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당내 ‘재야파’인 이들조차도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재원 대책으로 ‘세금’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지방선거에서 이른바 ‘증세-감세’ 논란으로 번지는 것을 꺼리는 탓이다. 한 초선 의원은 “지방선거는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이른바 ‘토호’들이 좌우하기 때문에 세금 문제는 재앙에 가깝다”며 “당에서 지난 18일의 대통령 신년구상에 세금 문제가 나오지 않도록 해달라고 (청와대에) 계속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여당, 선거 대형악재 우려…일부선 “정면돌파”
정부 “공청회 논의” 신중…세원 확충안 내부 검토

세금 문제의 ‘폭발력’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다. 한 당직자는 “세금 문제가 정면으로 부각되면 당내 보수 성향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심각한 노선투쟁이 벌어질 수 있다”며 “당이 깨질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면돌파를 외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다른 초선 의원은 “세금문제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을 가장 분명히 가를 수 있는 전선을 만들어줄 것”이라며 “대선에서 가장 분명한 쟁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전당대회에 출마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캠프에서는 대선용 카드로 세금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정 전 장관과 가까운 박영선 의원은 이날 의원 26명의 공동발의로 소득세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개정안은 1억5천만원 이상의 소득자에 대해 현행 35%인 최고세율을 39%로 높이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한편, 재정경제부는 양극화 해소 등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과 관련해 절제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재경부는 “재원 조달 문제는 중장기 조세개혁 방안에 포함될 것이며, 이 방안은 다음달 중순 이후 공청회를 통해 확정할 예정”이라는 공식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어떤 형태로든 국민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극화 심화와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따른 복지 수요가 급증하는 데 반해 재원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김석동 재경부 차관보는 이날 “현재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여러가지 가능성을 두고 재원조달 방법에 대해 검토하고 있기 때문에 결론을 얘기하는 것은 성급하다”며 “적정한 판단을 거쳐 조만간 중장기 재정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안에서는 세입 증대를 위한 방안으로 세율 인상, 특별목적세 신설, 과세기반 확충 등 세가지가 원칙적으로 거론된다. 현재까지는 이 가운데 세율 인상이나 목적세 신설이 중장기 조세개혁 방안에 포함됐다는 얘기는 없다. 대신 과세기반을 확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태희 박현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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