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2.24 19:39
수정 : 2016.02.24 22:26
필리버스터로 당장은 버티지만
다음회기에 지체없이 표결해야
26일 처리키로 한 선거법도 문제
“여야 상처 줄일 타협점 찾아야”
23일 저녁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시작으로 테러방지법안 처리에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김 의원에 이어 24일엔 같은당 은수미 의원, 박원석 정의당 의원이 필리버스터를 이어갔다. 유승희(민), 최민희(민), 김제남(정), 김경협(민), 강기정(민), 서기호(정), 김현(민), 김용익(민) 의원 등이 다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야당은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 시민들의 응원이 쏟아지자 고무된 분위기다. 한 당직자는 “이번에 테러법안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면서 이 법의 프레임을 ‘안보’에서 ‘국정원’으로 옮겨온 것은 성과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속내는 조금 복잡하다. 필리버스터를 통해 23일 직권상정된 테러방지법안 처리를 무산시키기는 쉽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단, 야당이 원한다면 3월10일 임시회 종료일까지 필리버스터를 계속할 수는 있다. 국회법상 무제한 토론을 할 의원이 거의 없거나 재적 의원 5분의3 이상이 찬성하면 토론이 종결되는데, 야당에선 토론을 원하는 이들이 많고 새누리당은 의석수가 5분의3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법은 무제한 토론이 이어지는 도중에 해당 회기가 종료되면 토론은 종결 선포된 것으로 본다. 이 경우 해당 안건은 다음 회기에서 지체없이 표결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야당 의원들이 총투입돼 몇 시간씩 발언을 이어가 가까스로 이번 회기엔 테러방지법 처리를 무산시킬 수 있다 해도 다음 회기가 열리면 테러방지법은 처리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법률적, 물리적 문제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정무적 판단이다. 여야는 오는 26일 본회의를 열어 여야가 오랜 논란끝에 의견의 일치를 본 선거구 획정기준에 따라 국회의원 지역구를 조정한 선거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총선을 40여일밖에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약속한 26일을 넘긴다면 여론의 뭇매가 쏟아질 게 뻔하다. 지금은 47년만에 등장한 필리버스터의 신선함과 야당 의원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더라도, 26일 이후엔 절충과 협상이 사라진 국회에 대한 비판이 쏟아질 수 있다. 지난 23일 열린 더민주 의총에서도 필리버스터를 선택하는 데 대해 우려가 많았다고 한다. 한 당직자는 “필리버스터를 했다가 도중에 그만두면 지지층에서는 ‘선거법 때문에 그 중요한 테러방지법을 내주냐’는 비판이 일 거고, 계속 하면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의원들이 발언대에 올라 방송 타면서 개인 선거운동하느라고 국정 지연시킨 거 아니냐’고 공격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춘석 더민주 원내수석부대표는 “우리가 필리버스터를 선택한 이상 아무런 성과 없이 접을 순 없다”면서도 “계속 끌다간 여야 모두 상처를 입게 된다. 양쪽 모두 극단으로 가지 말고 서로 불만스러워도 타협 지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도 전화통화를 주고받으며 법안 처리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주현 이세영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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