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2.26 19:25
수정 : 2016.02.26 22:12
학생 140여명 단체견학 오기도
“스스로 생각할 기회 주고 싶어”
온-오프라인 서명·응원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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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 처리에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가 나흘째 이어진 26일, 시민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4층에 마련된 방청석에 앉아 13번째 토론자로 나선 김용익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사진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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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저 사람은 왜 혼자 저렇게 오래 이야기해?”
26일 오후 1시께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4층 방청석에 앉은 송어진(12)양이 엄마 서소연(41)씨에게 귓속말로 물었다. 서씨는 테러방지법에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 현장을 보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국회를 방문했다. 서씨는 “집에서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토론을 보는데 아이들이 ‘국정원 혼자 (테러 감시를) 다 하는 거냐, 국회랑 나눠서 하면 안 되는 거냐’며 관심을 갖기에 직접 들어보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데리고 나왔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가 나흘째로 접어들면서 시민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여당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와 이에 맞서는 야당의 육탄저지로만 묘사되던 국회가 모처럼 쟁점 법안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벌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43년 만에 부활한 역사적인 필리버스터 현장을 직접 보기 위해 국회를 찾는가 하면, 온-오프라인에서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의원을 응원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이날 오전에는 전라북도 정읍의 배영고등학교 학생 140여명이 필리버스터 현장을 보기 위해 국회를 찾았다. 이 학교의 국사 교사 이상섭씨는 “아이들이 테러방지법에 대해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주고 필리버스터 제도의 장점도 직접 눈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견학 이유를 설명했다. 이 학교 양연희(18)군은 방청이 끝난 뒤 “서기호 의원(정의당)이 ‘시민 스스로 감시를 내면화할 위험이 있다’는 얘기를 한 게 기억에 남는다”며 “친구가 ‘아무나 감시 안 한다, 걱정 말라’고 했는데, 그 친구한테 대답할 말이 생겼다”고 뿌듯해했다.
12번째 주자인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토론이 진행된 이날 오후 3층 국회 본회의장에는 불과 10여명의 의원들만이 자리를 지켰지만, 260석 규모의 4층 방청석엔 시민 50여명이 자리를 채웠다. 국회 의회경호과 관계자는 “새벽 2시에 필리버스터를 방청하러 오는 시민들도 있다”며 “지역구 의원 응원부대가 대거 방문하는 대정부질문 때를 제외하면, 평소 50~100명 정도가 본회의장 방청을 하곤 하는데, 필리버스터가 시작되고 난 뒤에는 하루에 250명 정도가 방청을 신청하고 있다. 특히 오늘은 400명 정도로 그 수가 더 늘었다”고 말했다. 국회 본회의를 방청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단체 방청을 신청하거나, 현역 국회의원실을 통해 방청권을 받아야 하는데, 이런 절차를 모른 채 무작정 국회를 찾았다가 아쉽게 발걸음을 돌리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시민의 관심은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국회의원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은수미 의원은 “필리버스터 이후에 ‘커피값 보냅니다’란 문구와 함께 5000원이나 1만원씩 후원금을 보내오는 시민들이 많았다”며 “마산에 사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본회의를 방청하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등 사무실에 방청을 문의하는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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