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2.27 15:23
수정 : 2016.02.28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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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27일 새벽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 17번째 주자로 나서 발언하고 있다. 2016.2.27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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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의원, 은수미 의원 기록 ‘10시간18분’ 넘어서
주로 폐해 지적하며 비판 “테러방지법은 국정원 몰빵법”
“박정희 정권은 유신헌법, 박근혜 정권은 테러방지법”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27일 국회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국내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정 의원은 이날 새벽 4시41분부터 추미애 의원의 바통을 이어받아 17번째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서 이날 오후 4시20분까지 계속해 11시간39분간 토론을 이어갔다. 앞서 같은 당 은수미 의원의 필리버스터 국내 최장기록인 10시간18분을 넘어선 것이다. 이날 국회의장단을 대신해 사회를 보던 김춘진 보건복지위원장은 이날 오후 3시 정 의원의 발언을 잠시 중단시키고 “지금 정청래 의원이 금일 4시41분부터 무제한 토론을 시작해 현재까지 약 10시간19분을 넘기며 발언하고 있다. 이는 지난 24일 은수미 의원이 기록한 10시간18분의 최장발언 기록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날 토론에서 “테러방지법의 핵심은 테러방지법이 아니다”라며 “북한이 미사일을 쐈는데 국정원은 왜 국민의 휴대폰을 뒤지려고 하느냐. 북한이 로케트를 쐈는데 국정원은 왜 국민의 계좌를 추적하려 하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박정희 정권이 유신헌법으로 독재를 했듯이 박근혜 정권은 테러방지법으로 독재의 길로 가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테러방지법의 폐해를 주로 지적하며 국정원을 강하게 비판했지만, 중간중간 정의화 국회의장, 새누리당, 국민의당 등을 가리지 않고 두루두루 공격했다. 정 의원은 테러방지법안을 직권상정한 정의화 국회의장을 향해 “비상사태라고 하는데 지금 공무원들이 다 비상대기하고 있는가, 국회의장단 3명만 비상사태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테러방지법안의 직권상정은 국회법 정신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있다”며 “국회법에 따르면 직권상정을 할 수 있는 조건은 천재지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또 교섭단체 대표가 합의를 한 경우 등 3가지뿐”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지금은 국가비상사태가 아니며 민주주의 비상사태”라며 “정의화 국회의장은 테러방지법안의 직권상정으로 그동안 쌓아왔던 명예와 존경이 스스로 무너진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또 “새정치를 주장하시던 분들, 87년 6월 항쟁 때 어디서 무엇을 하셨나”라며 안철수 공동대표를 비롯한 국민의당을 공격하기도 했다.
이어 정 의원은 새누리당에 대해 “운동권을 비판하던 분들, 5·18 광주 민주화 항쟁 때 당신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셨나”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87년 6월 항쟁 때 대학생인 이한열 열사가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돌아가셨다”며 “국가권력에 의한 살인, 그런 게 테러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밖에서 저에게 뭐라 하시는 분들, 대통령 직선제 6월 항쟁 때 뭐 하셨나”라며 “그때 (직선제) 반대했죠? 그러면 대통령 선거 앞으로 하지 마시라”고 항의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이 “의제와 관계없는 발언을 제지해달라”고 항의했고, 정 의원은 “본인 이름이 누군가”라며 박 의원을 자극했다. 이에 새누리당 배덕광 의원이 정 의원의 발언이 테러방지법 의제와 관계없다며 의장석에 항의했다. 그러자 정 의원이 “저 떠들고 있는 국회의원에게 ‘국회의원 조용히 하게 만드는 법’을 만듭시다. 그런 방지법을 만들면 방지가 되나, 테러방지법 만든다고 테러가 발생하지 않을까요”라고 발언했다.
정 의원은 또 “저는 88년 9월에 안기부에 끌려가 이름 모를 모텔에서 팬티바람에 3시간 동안 죽지 않게 두들겨 맞았다”며 “이런 국정원에게 무소불위의 권한, 영장도 없이 핸드폰 도감청까지 줘야 하겠나”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건국대 85학번인 정 의원은 88년 6월 총학생회 산하 조국통일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북쪽과의 학생회담을 추진하는 등 통일운동을 시도한 것이 국가보안법상 고무찬양, 회합통신, 이적표현물 소지 등에 해당돼 도피 석달 만에 안기부 직원들에게 붙잡혀 구속된 바 있다. 정 의원은 이날 국회 발언에서 “저는 테러방지법이 장기 집권 음모라고 생각한다”며 “테러방지법보다 국정원 권력남용 방지 법안이 먼저다. 국정원은 필요하지만, 제대로 된 국정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날 오후 4시께 발언을 마무리하면서 테러방지법에 대해 “국정원에 의한, 국정원을 위한, 국정원의, 국정원 몰빵법이다. 없어도 되는 법”이라며 “테러방지법으로 테러를 막을 수 없다. 선박침몰 방지법이 있으면 세월호가 침몰하지 않았겠는가, 이 법은 민주주의테러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의원은 “테러방지법은 박근혜 대통령의 유신질주 본능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테러방지법을 통해 영구집권을 원하는 것 같다. 부전자전이다.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한편, 국민의당은 이날 정청래 의원이 발언 도중 안철수 공동대표를 겨냥한 비판 발언을 한 데 대해 김경록 대변인이 구두논평을 통해 “언제까지 민주화운동 경력만 가지고 정치할 것인가”라고 반박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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