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오후 마지막 발언자로 나서 “저의 잘못된 판단으로 필리버스터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날려버렸다. 사죄의 뜻으로 쓰러질 때까지 발언하겠다”고 말하며 울먹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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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버스터가 남긴 것
9일간 38명 192시간 발언 신기록
직권상정때 흔하던 폭력고리 끊어
소수 목소리 가감없는 전달 통로로
야당 갑작스런 중단 결정 아쉬움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테러방지법) 처리를 막기 위해 야당이 벌인 필리버스터는 9일 내내 기록을 갈아치웠다. 2월23일 저녁 7시5분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테이프를 끊은 무제한 토론은 3월2일 저녁 7시32분 이종걸 더민주 원내대표를 마지막으로 192시간27분에 이르렀다. 단일 사안 세계 최장시간 필리버스터 기록이다. 이 원내대표는 12시간31분으로 국내 최장 ‘1인 필리버스터’ 기록을 세웠다. 총 발언자는 38명에 이르렀다.
이런 ‘신기록’ 외에도 필리버스터가 남긴 것들은 많다. 2012년 국회법 개정 이전엔, 다수당이 원하는 법안·예산안 등을 일방적으로 처리할 때 야당이 지닌 유일한 수단은 ‘물리적 방어’밖에 없었다. 직권상정이 강행될 때마다 의장석 점거, 의장실 봉쇄, 몸싸움이 벌어져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관후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은 “그동안 다수당이 누가 되든 매번 등장했던 폭력의 고리를 끊는 전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의회 운영은 다수제 민주주의를 따르고 있지만, 물리력 외에도 소수가 다수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의미한 수단이 있음을 깨닫게 한 것도 성과다.
야당 의원들이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1일 밤과 2일 새벽에 걸쳐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당 주승용 의원, 정의당 정진후ㆍ심상정 의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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