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BAR_이승준의 핑퐁_감동적인 ‘패배’도 있다
‘패전 처리’ 그리고 필리버스터
필리버스터 마지막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가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수정을 요구하는 12시간 31분의 무제한 토론을 마친 뒤 테러법 처지 저지에 실패했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왼쪽사진) 연합뉴스,2008년 6월19일 오후 대전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대 롯데자이언츠 경기중 9대8로 역전승을 거둔 한화선수들이 경기종료 후 자축하고 있다.<한겨레> 자료사진(오른쪽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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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전 처리의 딜레마
팀의 감독 입장에서는 ‘패전 처리’를 잘해야 다음 경기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시간을 쪼개 야구장으로 달려온 팬들은 응원하는 팀이 지더라도 잘 져야 ‘직관’한 보람이 있습니다. 특히 프로야구에서 패전 처리는 중요합니다. 9회까지 공격과 수비를 주고받는 프로야구의 특성상 3회~5회 사이 점수차가 벌어져 승부의 무게추가 한쪽으로 기우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콜드게임’이나 ‘몰수패’가 없다보니 역전의 가능성이 없더라도 9회까지 경기를 이어가야 합니다. 감독이나 선수, 팬 모두에게 괴로운 시간입니다. 이때 감독의 고민이 깊어집니다. 일단 패전 처리를 잘하려면 일단 더이상 실점하지 않고, 승패와 상관없더라도 점수를 낼 수 있을 때 1점이라도 따라붙어야 합니다. 프로야구 시즌은 같은 팀과 세번 붙는 3연전이 반복됩니다. 무기력한 경기로 실점을 계속해 참패할 경우 다음날 경기에 임하는 팀의 사기가 가라앉을 수 있습니다. 또 1점이라도 따라붙어야 상대 투수들을 소모시킬수 있습니다. 큰 점수차로 앞서는 상대팀 감독은 다음 경기를 위해 주전급 투수보다 신인이나 백업 투수를 마운드에 올릴 것입니다. 지더라도 집요하게 공략해서 다음날 나올 불펜 투수 한명이라도 마운드로 끌어내는 것은 다음 경기의 승패를 좌우할 수도 있는 중요한 일입니다. 감독은 이때 가능성 있는 신인이나,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투수들을 패전 처리 투수(삼미슈퍼스타즈의 감사용 선수가 대표적인 패전처리 투수죠)로 마운드에 올리고 실점 없이 남은 경기를 끝내길 바랍니다. 패전 처리 투수라고 마운드에서 긴장을 풀 수 없습니다. 가능성은 낮지만 패전 처리 투수가 마운드에서 잘 버티고 있으면 팀에게 기회는 오기 때문입니다. 상대팀이 긴장을 풀고 방심하거나, 타자들의 방망이가 터져 상대를 추격하거나 역전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이런 작은 가능성을 위해 불펜에서 대기 중인 승리조 투수들 역시 긴장을 풀지 말아야 합니다. 이럴 경우 큰 점수차로 이기고 있다고 안심하던 상대팀은 당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팬의 입장에서도 응원하는 팀이 승부가 기울었다고 수비수들은 실책을 남발하고, 투수들은 무너지고, 타자들의 방망이가 허공만 가른다면 경기를 보는 맛이 뚝 떨어질 것입니다. 최근 몇년간 무기력한 경기를 펼치며 하위권에 머물던 프로야구팀 한화이글스가 2015년 시즌 한때 팬들로부터 ‘마리한화(마리화나와 한화의 합성어. 한화이글스에 중독됐다는 의미로 쓰임)’라는 별명을 얻게된 것도 경기 막바지까지 상대를 괴롭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감독은 딜레마에 빠집니다. ‘좋은 패배’를 하겠다고 필요이상의 전력을 소모하며 지는 경기에 ‘올인’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마땅한 답은 없습니다. 다음 경기를 고려해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아끼고, 백업 선수들을 적절하게 활용해야 합니다. 매경기 총력전을 치른 김성근 감독의 ‘마리한화’가 후반기 ‘선수 혹사’ 논란에 시달리며 하위권으로 시즌을 마감한 것에 대해 팀 운영 전략의 실패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_______
야당의 패전처리,필리버스터
필리버스터 마지막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가 3월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수정을 요구하는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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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둘째)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야권통합을 공식 제안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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