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3.22 21:24
수정 : 2016.03.23 08:49
|
22일(현지시각) 폭탄 테러가 벌어진 벨기에 수도 브뤼셀 인근 자벤템 국제공항에서 한 여성 부상자가 피를 흘리며 의자에 앉아 있고 다른 여성은 어딘가에 전화를 하고 있다. 현장에 있던 조지아 공영방송의 기자가 촬영한 화면이다. 브뤼셀/AP 연합뉴스
|
테러현장 목격자 증언
공항 건물 전체 들썩
수백명 피투성이 탈출 아수라장
폭탄 터진 말베이크역
EU의회·본부·기구 건물 밀집지역
출근 시간이던 22일 아침 8시. 벨기에 수도 브뤼셀의 자벤템 공항 출국장에서 건물을 뒤흔드는 폭발음이 울렸다. 출입국 수속을 밟으려는 사람들로 붐비던 공항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검은 연기가 건물을 휘감았고, 유리창은 산산조각이 나 사방으로 튀었다. 폭발 충격 탓에 천장에서 떨어진 마감재는 출국장 바닥을 덮었다. 예상치 못한 사고를 당한 공항 이용객들은 연기와 먼지를 뒤집어쓰고 공항 건물 밖으로 뛰어나갔다. 부상으로 피투성이가 된 일부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애타게 전화를 걸기도 했다. 서비스 회사인 스위스포트 직원 앤서니 덜루스는 <에이피>(AP) 통신에 “첫 폭발은 발권 창구에서, 두번째 폭발은 근처 스타벅스 매장에서 일어났다”고 말했다. 일부 목격자는 “미국 아메리칸항공 체크인 구역 인근에서 폭발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폭탄이 터지기 10분 전 스위스 제네바에서 자벤템 공항에 도착했던 자크 무종은 프랑스 <베에프엠>(BFM)과의 인터뷰에서 “두차례 폭발이 일어난 뒤 출국장 지붕이 내려앉고 파이프가 찢겨나갔다”며 “수도관에서 새어 나온 물과 희생자 피가 뒤섞여 난장판이 됐다. 사방에 피가 흥건했고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다. 마치 전쟁터 같았다”고 말했다. 한 미국인 부부는 “연기가 거대한 파도처럼 공항을 휘감았다. 수백명이 피투성이가 된 채 뛰쳐나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일부는 “건물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폭발이 강했다”고 말했다. 벨기에 방송사 <에르테베에프>(RTBF)는 출국장에 부상자와 의식을 잃은 사람이 많았다고 전했다. 브뤼셀 공항 당국은 사고 즉시 공항을 폐쇄하고 “23일 오전 6시까지 모든 항공기 이착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영국 <인디펜던트>의 브뤼셀 특파원은 “폭발 뒤 대피하라는 방송만 있었을 뿐 대피를 돕는 공항 직원은 없었다. 한 직원은 ‘처음 겪는 일이라 어쩔 줄을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승객이 완전 대피할 때까지 45분이 걸렸다”고 했다.
공항 폭발 한시간여 뒤인 9시께 브뤼셀 시내에 있는 말베이크역 지하철 열차 안에서도 폭발이 일어났다. 사상자는 공항보다 많은 70여명에 달했다. 한 목격자는 “열차가 역을 떠나려 할 즈음에 매우 큰 폭발음이 들렸다. 폭발 당시 많은 사람이 지하철에 타고 있었다”고 말했다. 프랑수아즈 르뒨 브뤼셀 지하철 대변인은 “정차 중이던 열차 안에서 폭발이 일어났다”고 했다. 벨기에 언론들은 캄캄한 지하철 역사에서 사람들이 대피하고 있는 사진들을 실시간으로 전했다. 말베이크 역은 유럽연합(EU) 의회와 본부를 비롯한 각종 유럽연합 기구 건물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이번 폭발 사고가 정치적 테러와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장소인 셈이다. 브뤼셀 검찰은 “공항과 지하철 역에서 벌어진 3건의 폭발 모두 테러 공격이며 이 가운데 최소한 한건은 자살 폭탄테러다”라고 발표했다. 브뤼셀 교통당국은 모든 대중교통 운행을 중단했다.
조기원 성연철 기자
garden@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