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5.19 19:12
수정 : 2016.05.20 10:00
|
|
1980년 5월 21일 시민들이 전날 도청 앞 저지선을 뚫으려다 멈춘 버스를 바리케이드로 이용 계엄군과 대치하고 있다.5·18기념재단(황종건) 제공
|
1995년 ‘5공 재판’ 기록 보니
“용기 잃지 말고 분발하라”
중앙정보부장 서리 명의로
당시 정석환 전남지부장 통해
최웅 여단장에 100만원 전달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보안사령관 겸 중앙정보부장 서리인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 금남로 집단 발포로 시민 수십명을 사살한 공수부대 지휘관에게 발포 다음날 “용기를 잃지 말고 분발하라”며 격려금 100만원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5월19일 재경 전남 출신 유력인사 8명을 광주에 보낸 뒤 이들에게 따로따로 50만원씩 모두 400만원의 돈봉투를 챙겨주며 계엄군에 대한 우호 여론 조성에도 나섰다.
이는 80년 5월 당시 전 전 대통령이 군과 민간 영역을 장악한 채 5·18 관련 상황을 통제·관리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보안사령관은 정보·수사 책임자요”라며 “광주하고 나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어요”라고 했던 그의 주장이 거짓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19일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재판 기록을 보면, 전두환 보안사령관 겸 중앙정보부장 서리는 80년 5월21일 계엄군 집단 발포 다음날 해당 공수부대장에게 격려금을 전달했다. 정석환 전 중앙정보부 전남지부장 직무대리는 1995년 12월 검찰 조사에서 “전두환 중앙정보부장 서리가 80년 5월22일 광주에 투입된 특전사 11공수여단장인 최웅에게 격려금 100만원을 전달하도록 했다”고 진술했다.
11공수여단은 80년 5월21일 오후 1시부터 광주 금남로 옛 전남도청 앞에서 시민들에게 무차별 발포를 해 시민 34명이 숨졌다. 정 전 지부장은 “그날(5.22) (전화 통화한) 전두환 부장 서리가 11여단장인 최웅 장군의 사기가 극도로 저하되어 있을 터이니 ‘용기를 잃지 말고 분발하라’고 전해달라. 중앙정보부장 명의로 격려금 100만원을 전해달라고 말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통화하고 1시간 뒤 정 전 지부장은 최 장군을 지부장실에서 만나 ‘중앙정보부장 서리 전두환’ 명의로 100만원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정 전 지부장은 최웅 장군에게 전두환 부장 서리와 전화 통화를 연결해줬더니 최 장군이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고 말한 것을 들었다고 전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초기 광주의 ‘민심순화를 위한 선무활동’을 직접 지휘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정 전 지부장은 80년 5월19일 오후 5시께 전두환 부장 서리와 통화한 사실이 있다고 검찰에서 말했다. 그는 “당시 전 부장이 ‘광주가 심상찮게 돌아가는 것 같아 특별민심순화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재경 전남 출신 유력인사 8명이 헬기 편으로 오늘 저녁 7시에 광주비행장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들을 급히 내려보내느라 여비도 못 줬으니 지부 예산 중에서 활동비를 마련해 이들에게 지급하라’고 하더라”고 진술했다.
정 전 지부장은 “당시 밤 10시께 전남도청 도지사실로 가서 설득 대상자들의 명단을 그들에게 나눠주고 현금 50만원씩이 든 돈봉투를 전두환 중앙정보부장 명의로 각자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