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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5.20 19:59 수정 : 2016.05.24 23:19

19대 국회가 19일 마지막 본회의에서 상임위 청문회를 활성화하는 법안을 전격 의결하자 청와대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현안마다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를 개최하면 공무원이 어떻게 소신을 갖고 일하겠느냐. 행정부를 마비시키는 법안인 만큼 즉시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전혀 사리에 맞지 않는 엉뚱한 주장이다. 청문회 때문에 행정부가 마비된다면 매일 숱하게 의회 청문회를 여는 미국은 행정부가 문을 닫아도 백번은 더 닫았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청문회 활성화를 위한 법안을 반대해선 안 된다.

국회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은 새누리당 출신의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접 발의한 것으로, 국회 상임위가 중요 안건 심사나 현안 조사를 위해 필요하면 언제든지 청문회를 열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 청문회를 개최하려면 여야가 먼저 국정조사에 합의하고 별도 특위를 구성하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 앞으로는 상임위에서 의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곧바로 청문회를 열 수 있다. 20대 국회는 여소야대니까 야 3당이 합의하면 최근 현안인 가습기 살균제나 어버이연합 사건 등에 대해 언제든지 청문회 개최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청와대가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과거엔 권력형 비리나 의혹 사건이 터져도 원내 과반을 점한 여당이 반대하면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사건이 터질 때마다 야당 주도로 상임위 청문회를 열어 비리와 의혹을 추궁할 수 있다. 가뜩이나 임기말로 향하는 박근혜 정부에는 매우 마뜩잖은 상황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게 정상이다. 박근혜 정부는 입법부인 국회의 견제를 받지 않고 고삐 풀린 말처럼 너무 방만하고 오만하게 국정을 운영해왔다. 국회에 대고 ‘일을 하지 않는다’거나 ‘정부를 도와주지 않는다’고 타박하며 경제를 비롯한 정책 실패가 마치 국회의 비협조 때문인 양 선전해왔다.

4·13 총선은 박근혜 정부의 이런 태도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평가였다. 대통령과 여당이 나라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고 있으니 국회가 나서서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고 이끌어 국정을 바로잡아 달라는 게 여소야대 총선 결과에 담긴 민의다. 국회가 상시 청문회를 여는 건 삼권분립 원칙에 맞을뿐더러 이런 총선 민의에 정확히 부합하는 일이다.

미국 의회 일정표를 보면 매일 평균 5~8건의 청문회가 상임위별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열린다. 청문회 때문에 정부가 마비된다는 건 가소로운 주장이다. 박 대통령이 혹시 거부권 행사의 명분을 쌓으려 이런 주장을 펴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국회가 일을 열심히 하겠다는데 비난하는 건 전혀 설득력이 없다. 박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을 그대로 수용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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