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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5.27 19:08 수정 : 2016.05.27 22:21

19대 국회 만료 직전 행사 ‘꼼수’
사실상 국회 재의 원천봉쇄
아프리카 순방중 전자 결재
야3당 “20대국회서 재의결” 반발

국회 상임위원회가 ‘소관 현안’에 대해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청문회 활성화법)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국회 재의 요구)을 행사했다. 박 대통령의 거부권 ‘강행’으로, 오는 30일 개원하는 20대 국회는 출발선부터 여야 ‘협치’ 대신 ‘대치’ 국면에서 첫발을 떼게 됐다.

정부는 27일 오전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청문회 활성화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고, 박 대통령은 순방지인 에티오피아에서 전자결재를 통해 이를 재가했다.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지난해 6월25일 국회의 행정입법(시행령) 수정 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국회의 대정부 견제 역할을 보완하는 법안에 대해서만 유독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황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현안 조사를 위한 청문회 제도는 입법부가 행정부에 대해 새로운 통제수단을 신설하는 것”이라며 “입법부의 권능은 행정부가 일을 잘할 수 있도록 행정부에 대한 감시·견제 장치를 둔다는 것이지, 행정부의 일하는 과정 전반을 하나하나 국회가 통제하도록 하자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청문회 활성화’는 행정부·사법부에 대한 통제수단을 신설하는 것으로 헌법이 정한 삼권분립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청문회 활성화법’은 위헌이 아니라는 학계 의견이 상당한데다 여야 합의 등 ‘남용 방지’ 장치가 마련돼 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이 해외에서 전자결재까지 해가며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야당에 대한 불신과 ‘여소야대’인 20대 국회에 대한 불안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권 인사들은 “국회 청문회가 활성화되면 ‘박근혜 정부 흔들기’로 이어져 집권 후반기 권력누수(레임덕)가 가속화될 수 있다”고 말해왔다. 또 국회법 개정안을 ‘행정부 마비법’으로 규정해, ‘국회가 국정의 발목을 잡는다’는 인식을 공고히 하려는 의도 역시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민생 등 정책 실패의 원인을 국회 탓으로 돌린다는 분석이다.

거부권 행사 시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법안 재의를 위해 본회의를 소집하려면 사흘 전에 이를 공고해야 하는데, 19대 임기 종료(29일)가 이틀밖에 남지 않아 “박 대통령이 (국회에) 불가능한 것을 요구”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청와대 쪽은 “논란을 빨리 마무리짓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19대 국회 종료 전 거부권을 행사하면, 해당 법률안은 19대 임기 만료와 동시에 자동 폐기되고 20대 국회에서는 재의결할 수 없다는 법제처 등의 해석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20대 국회에서 ‘청문회 활성화법’ 재의결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 대표는 기자들에게 “협치하자고 해놓고 저런 짓을 하면 정치가 꼬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20대 국회에서 여야가 충돌하는 부담을 정부가 덜어줬다”며 “20대 국회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다시 다루는 건 어렵다”고 밝혔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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