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3.05 16:43
수정 : 2019.03.0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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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한복을 입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미세먼지 속에서도 셀카를 찍으며 서울 경복궁을 즐기고 있다.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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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찾은 관광객 인터뷰
“베이징과 비슷한 것 같다”
“한국에 파란 하늘 있나?” 묻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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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한복을 입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미세먼지 속에서도 셀카를 찍으며 서울 경복궁을 즐기고 있다.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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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11시30분께 서울 종로구 경복궁. 사상 처음으로 닷새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되는 등 최악의 공기 상태를 보인 이날 경복궁에는 띄엄띄엄 외국인 관광객들이 잿빛 경복궁과 광화문 등을 배경으로 서로 사진을 찍어주면서 서울을 즐기고 있었다. 한복을 빌려 입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출근길 시민들과 달리 마스크를 낀 이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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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5번 출구 앞 경복궁 돌담길에서 관광객들이 궁 인근을 산책하고 있다. 미세먼지로 광화문 빌딩들이 뿌옇게 보인다.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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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카고에서 여행을 왔다는 데니스 켈리(29)는 “홍콩과 일본을 여행한 뒤 스탑바이로 이틀 동안 한국에 머물기 위해 어제 왔다”며 “함부로 말하기 어렵지만 한국인들이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과 홍콩의 하늘은 더 깨끗했다. 한국에 오기 전까지는 미세먼지에 대해 잘 몰랐다”고 말했다. 한복을 입고 있는 중국인 시 루판(23)도 켈리씨처럼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그는 “어린 남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걸 보고 날씨가 추운가 싶었다”며 “중국 베이징과 서울의 대기오염이 비슷한 수준인 것 같다. 목이 건조하다. 날은 좋지만 공기는 오늘이 최악인 것 같다”고 말했다. 루판 옆에서 똑같이 한복을 입은 중국인 친구는 인상을 찌푸리며 목을 만지기도 했다.
멕시코에서 한국으로 2주 동안 여행 왔다는 모니카 감보아(29)는 “멕시코에 사는 한국인 친구가 있어서 그 친구가 ‘한국 갈 때는 마스크를 꼭 챙겨가라’고 했다”라며 “스마트폰으로 미세먼지 경고 메시지를 계속 받고 있다”고 했다. 필리핀에서 온 우이 제임스(42)는 부인과 경복궁을 구경하러 나왔다가 한국에 미세먼지가 심한 것을 알았다고 했다. 그는 웃으면서 “파란 하늘을 아직 못 봤다. 한국에 파란 하늘이 있나? 매일 이런 것인가”라고 물으며 “한국에는 앞으로 5일 동안 더 머문다. 파란 하늘을 한번 보고 싶다”고 말했다.
제임스는 스마트폰으로 오는 긴급재난문자를 보여주면서 기자에게 무슨 뜻인지 묻기도 했다. 영어 제목에 한국어로 적힌 경고 메시지에는 ‘서울특별시청, 오늘 01시 서울지역 초미세먼지(PM-2.5) 경보발령. 어린이, 노약자 등은 실외활동 금지, 마스크 착용 바랍니다’라고 적혀있었다. 그는 “건강을 보호하고 싶은 외국인 여행자들을 위해서 영어로 번역해줘야 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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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4시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진입로 앞의 모습.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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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4시께 서울 강남 삼성동 코엑스에서 만난 외국인들도 미세먼지에 대해 한마디씩 했다. 싱가포르 관광객 브랜든(18)은 “한국 미세먼지에 대해서는 글로벌 뉴스에서 본 적이 있다”며 “직접 한국에 올 때마다 느끼지만 싱가포르와 비교하면 공기가 매우 안 좋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이 자국보다 공기가 좋다는 관광객도 있었다. 아이돌그룹 소녀시대를 좋아해서 한국에 놀러 왔다는 필리핀 관광객 비앙카(23)는 “한국 뉴스들을 많이 보기 때문에 한국의 미세먼지에 대해 들어본 적 있다. 하지만 한국에 오는 결정을 하는 데는 전혀 영향 미치지 않았다”며 “한국의 미세먼지가 심한지 모르겠다. 필리핀이 훨씬 심하다. 한국은 공기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정규 이준희 기자
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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