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3.07 12:00
수정 : 2019.03.07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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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학부모 ㄱ씨가 청와대 국민청원 누리집에 올린 청원 글 화면(오른쪽) 갈무리. 왼쪽은 마스크를 끼고 7일 올해 첫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르는 한 학생의 모습. 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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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ㅅ중학교, 6일 교칙 등 교육 시간에 공지
학생 학부모 “황당하다” 청와대 국민청원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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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학부모 ㄱ씨가 청와대 국민청원 누리집에 올린 청원 글 화면(오른쪽) 갈무리. 왼쪽은 마스크를 끼고 7일 올해 첫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르는 한 학생의 모습. 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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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엿새째 이어진 6일 서울 서초구의 한 중학교 학생자치부 교사가 2학년 전교생이 모인 자리에서 “교실에서 마스크를 쓰지 말라”고 발언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40대 학부모 ㄱ씨는 이날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 김아무개(14)군으로부터 황당한 말을 들었다. 김군은 ㄱ씨에게 학교에서 앞으로 교실 안에서 마스크를 쓰는 학생에게 벌점을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군은 “그 말을 듣고 나뿐만 아니라 반 친구들이 모두 교실에서 마스크를 벗었다”고 말했다.
ㄱ씨의 설명을 종합하면, 학생자치부 교사의 해당 발언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ㅅ중학교에서 학교의 규정과 교칙 등을 설명하는 적응 교육 시간에 나왔다. 교육을 위해 2학년 학생들이 모두 모인 강당에서 ㅅ중학교 학생자치부 교사 ㄴ씨는 “미세먼지가 많은 건 알지만 교실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말아라. 앞으로 교실에서 마스크를 쓰면 벌점을 주겠다”고 공지했다.
ㄱ씨는 이 말을 전해 듣고 바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학생들이 마스크를 수업시간에도 착용할 수 있도록 건강을 스스로 지킬 수 있는 권리를 지켜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ㄱ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최근 미세먼지가 심해 아들에게 성능이 좋은 영구 마스크를 사줬다”며 “공기청정기도 없는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마스크도 쓰지 말라고 말하는 건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ㄱ씨는 “정부에서도 ‘외출 시 마스크를 꼭 착용하라’고 문자를 보내는 현실과 완전히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 지난달 교육부가 조사한 결과, 전국 2877개 학교 27만2728개 교실 가운데 41.9%에 해당하는 11만4265교실에 공기정화장치가 없었다. 특히 중학교 교실에는 약 25.7%만 공기정화장치가 설치됐다. 서울도 중학교 383개 학교 8913개 교실 가운데 7559개 교실(84.8%)에 공기정화장치가 없었고, ㅅ중학교 교실에도 공기정화장치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들은 학생 지도를 위해 교실 내 마스크 착용 금지가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해당 발언을 한 ㄴ교사는 “학생 지도상 어쩔 수 없다”며 “학교 규정상 학생들의 화장이 금지돼 있는데, 마스크를 쓰면 학생의 얼굴이 드러나지 않아 화장을 단속하기 어렵기 때문에 교실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말라고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ㄴ교사는 “교실에서 마스크를 착용했다고 해서 벌점을 준 적은 아직 없고, 앞으로도 벌점을 부과할지에 대해선 학생과 교사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아울러 “학기 초인데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면 얼굴을 익히기 어렵다는 교사들의 애로사항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며 “교실 내 미세먼지를 측정해 심각하다는 결과가 나오면 당연히 마스크를 착용하게 하겠지만 그런 장치도 없는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교실 내 마스크 착용을 무조건 허용하면 학생 지도가 어렵다. 학생들이 마스크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교실 안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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