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05 18:06
수정 : 2019.05.0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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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매연. 연합뉴스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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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배출량에 기여도가 가장 높은 분야는 무엇일까? 바로 산업(38%)이다. 공장에서 내뿜는 미세먼지가 차량(수송 28%)이나 보일러 등(생활 19%)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보다 많다. 그러나 산업 분야에 대한 규제는 다른 분야와 달리 느슨하다. 화물차나 버스 등 5등급 경유차 입장에서는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 그 주범으로 지목되며 집중 운행 단속이나 공회전 단속 등을 받고 있지만, 정작 ‘주범’은 느슨한 규제를 받고 있으니 말이다.
유독 우리 사회는 기업에 관대하다. 그 중심에 환경부가 있다. 환경부는 지난달 23일 녹색연합과 이정미 정의당 의원실이 국내 기업 39곳의 특정대기유해물질 미측정 문제를 제기하자, “기업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당시 “‘화학물질 배출·이동량 정보’(PRTR·이하 화학물질 정보)의 대기배출량은 계산치일 뿐 실제 거의 배출되지 않는 것”이라며 “화학물질 정보상 벤젠이 1천㎏ 배출된다 해도 저감률이 99.8%면 실제 배출량은 2㎏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실제 배출되지 않는 계산값으로 환경단체 등이 기업을 비판하고 있다는 취지의 설명이었다.
녹색연합 등이 지적한 내용의 핵심은 롯데케미칼과 에스케이인천석유화학, 현대자동차, 효성, 엘지화학, 금호석유화학 등 국내 39개 기업이 공장에서 발암 성분이 든 ‘특정대기유해물질’을 배출할 수 있는데도 측정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는 환경부 산하 화학물질안전원이 관리하는 화학물질 정보의 발암성 물질 대기배출 통계(2016년치)와, 같은해 환경부가 작성한 ‘1~3종 대기배출사업장 자가측정 현황’을 비교한 결과다.
대기환경보전법이 기업 스스로 특정대기유해물질을 측정하도록 규제하는 대상은 폐기물 처리 시설이나 소각로 등이다. 그야말로 주요 ‘굴뚝’만이 대상이다. 다른 곳으로 배출되는 건 측정하지 않는다. 반면 화학물질 정보는 배출 가능성이 있는 모든 물질이 배출됐다고 보고 작성된다. 굴뚝으로 나오진 않았지만 원료 물질에 해당 성분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각 공정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든 공장이나 그 주변으로 흩뿌려졌다(비산)고 본다. 대기오염물질이나 발암물질이 그 공장의 굴뚝으로 나오진 않았지만 굴뚝으로 이동하는 틈새에서 새고 있다면? 이건 배출된 게 아니라고 할 건가?
환경부의 설명은 말장난에 가까웠다. 환경부 관계자가 “저감 공정을 거치면 실제 배출량이 훨씬 줄어든다”고 했던 화학물질 정보상의 숫자는 이미 저감률이 반영된 숫자다. 화학물질 정보에서 벤젠이 나왔다면 어떤 형태로든 외부로 배출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이 시스템을 관리하는 화학물질안전원의 설명이었다.
환경부는 녹색연합 등의 문제제기 뒤 이틀이 지나서야 해명을 내놨다. 자신들의 설명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언론이 잘못 옮겨 썼다는 게 요지였다. 그러면서 환경부는 “사업장들에 대한 실태조사와 함께 배출 기준 설정, 자가측정 강화 등을 하겠다”고 밝혔다. 녹색연합 등이 지적한 내용을 뒤늦게 인정한 것이다.
환경부의 관리·감독 문제는 지난달 17일 감사원이 발표한 감사 결과에서도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감사원의 ‘산업시설 대기오염물질 배출관리 실태’엔 이런 대목이 나온다. “환경부는 대기오염방지시설 설치 면제시설에 대한 사후 검증 등 관리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방지시설 설치가 면제되면 자가측정도 생략할 수 있도록 규정해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방지시설 설치가 면제된 총 1만6천여개 시설에서 배출되는 연간 19만여톤의 질소산화물 등은 배출허용기준 준수 여부가 관리되고 있지 않아 대기오염물질 배출 관리 대책에 사각이 존재한다.”
이번에 문제가 지적된 기업 가운데 해명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에스케이인천석유화학의 경우, 공장에서 불과 600m 거리에 아파트와 주거지역이 있다. ‘주민의 안전’과 ‘기업의 안위’ 사이에서, 지금 환경부는 어디에 서 있는가?
박기용
전국2팀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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