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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각) 발생한 미국 사상 최악의 플로리다주 올랜도 게이 나이트클럽 총격 사건의 용의자 오마르 마틴(29)의 모습. 사진 촬영 날짜는 미상.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인 마틴은 특별한 전과기록은 없으나 연방수사국(FBI)으로부터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IS) 동조자로 의심받아 수사선상에 올라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당국은 이번 사건을 국제적 조직이 개입하지 않은 국내 테러행위로 규정지었으나 자생적 단독 테러인지 IS 등과 연계돼 있는지는 아직 분명치 않은 상태이다. 그는 현장에서 경찰과의 총격전 끝에 사살됐다. 올랜도/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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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더 ‘혁신적’인 방법으로 또 다른 모방범죄 가능성” 경고
12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의 게이 나이트 클럽에서 또다시 ‘소프트타깃’을 대상으로 한 총기 테러가 발생하자 미국 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
최소 50명을 살해하고 53명을 다치게 한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 오마르 마틴(29)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 용의자라는 꼬리표를 남긴 채 경찰에 사살됐다.
그는 범행 직전 911에 전화를 걸어 수니파 급진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대한 충성 서약을 한 것으로 알려져 미국민을 더 큰 혼돈에 빠뜨렸다.
미국 CNN 방송은 사건 직후 ‘미국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이유’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미국 총기 참사의 특징을 소개하고 앞으로 모방범죄가 벌어질 가능성을 경고했다.
요약하면 총기가 너무 흔하고 다중을 겨냥한 총기 난사를 모방하려는 시도도 적지 않은 데다가 용의자들의 유명해지고 싶은 욕구도 강해 미국 사회가 총기 사고의 악순환을 끊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CNN 방송이 인용한 자료는 지난해 8월 미국 앨라배마대학 형사행정학과의 부교수인 애덤 랭퍼드가 제110회 미국사회학회(ASA) 연례 총회에서 발표한 ‘미국을 포함한 171개국에서 발생한 대형 총기 사고 비교 보고서’다.
랭퍼드 교수는 대형 총기 사고를 ‘강도, 인질, 갱단 폭력 등을 제외하고 불특정일반인을 겨냥해 4명 이상을 살해한 사건’으로 정의하고 1966년부터 2012년 사이 전세계에서 터진 이와 같은 사건의 사례를 모았다.
그는 보고서에서 미국 인구가 세계 전체의 5%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 대형 총기사건의 31%를 차지하는 극심한 불균형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 기간 전 세계에서 발생한 대형 총기 사고 292건 중 90건이 미국에서 벌어졌다.
랭퍼드 교수는 미국 총기 참사는 직장이나 학교에서 벌어져 주로 군 관련 시설 주위에서 일어나는 다른 나라와 확연히 다른 성향을 띤다고 설명했다.
또 화기 한 정으로 총기 난사를 일삼는 다른 나라 용의자와 달리 미국 용의자들은 최소 1정 이상의 화기를 범행에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올랜도 총기 난사범 마틴도 소총과 권총, 폭발물로 추정되는 수상한 물체를 범행에 사용했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화기를 2정 이상 사용할 수 있는 배경엔 그만큼 총기 친화적인 미국만의 특성이존재한다.
무기 소지 권리를 규정한 수정헌법 2조를 근거로 총기 옹호론자들이 득세하면서미국 내 총기는 더욱 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유통되는 화기는 2억7천만 정에서 3억1천만 정으로 추산된다. 미국 인구를 3억1천900만 명이라고 보면 거의 1명당 1개꼴로 총을 지닌 셈이다.
2012년 콜로라도 오로라 극장 테러,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등 대형 총기 참사가 터질 때마다 총기 구매율이 더욱 높아지는 게 미국의 현실이다.
미국민의 인식을 송두리째 뒤흔든 총기 테러를 모방하려는 잠재적 용의자들의 심리도 총기 참사가 끊이지 않는 원인이다.
하버드대학 공공보건 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2011∼2014년 일반 공중을 대상으로 한 총격 사건은 64일에 한 번꼴로 발생해 29년 전 200일에 한 번꼴보다 3배 이상 빈도가 급증했다.
대형 총기 사건이 일종의 전염병처럼 번진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는다. 한 사람이 총기 사건을 자행하면 다른 사람이 그것을 보고 따라 해 2주 안에 비슷한 범행을 저지를 확률이 커진다는 것이다.
모방심리는 다른 사람의 목숨을 해치워서라도 유명해지고 싶다는 욕구와 연결된다.
랭퍼드 교수는 “현재 미국 젊은 세대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가 유명인이 되고 싶다는 것”이라면서 “총기 사건 용의자들이 접하는 언론과 이들이 범행을 자행할 가능성 간의 연관성이 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단언했다.
충격적인 사건을 일으킬수록 수많은 언론이 집중 보도를 하므로 단숨에 유명해질 기회를 포착하려 든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슬람 성전도 유명해지려는 목적에서 ‘정당한 명분’을 거론할 수 있다고 봤다.
랭퍼드 교수는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이스라엘 선수들을 살해한 ‘검은 9월단’을 봐도 알 수 있듯이 테러리스트들은 자신뿐만 아니라 대의를 위해서 유명해지려고한다”면서 “이슬람 급진주의에 영향을 받아 용의자가 올랜도 테러를 자행했다면, 동성애자에 대한 무관용과 이에 따른 대의 실천을 명분으로 명성을 얻으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또 악명을 얻고자 대중을 겨냥한 총기 용의자들은 더 많은 사람을 살해하려고 한다면서 이를 본 다른 용의자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고 더 ‘혁신적’인 방법을 범행에 사용하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고 랭퍼드 교수는 예상했다.
이미 벌어진 총기 참사도 경악할 수준이지만 이처럼 오로지 유명해지고 싶은 또다른 용의자가 더 충격적인 방식의 모방범죄를 벌일 개연성이 커 미국 사회의 고민도 깊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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