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6.21 15:34
수정 : 2016.06.21 19:18
상원, 총기규제 법안 4건 모두 부결
전미총기협회(NRA) 로비 영향
49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 올랜도 총기난사 비극에도 총기규제 법안 4건이 또다시 미 의회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부결됐다. 참사 발생→법안 상정→부결이라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 상원은 20일 민주당 쪽이 발의한 두 건의 법안과 공화당 쪽이 발의한 두 건의 법안을 상정해 표결에 부쳤으나 모두 부결됐다. 공화당 쪽은 민주당 법안이 지나치게 엄격한 규제를 담아 총기 보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반대로 민주당 쪽은 공화당 법안이 지나치게 규제가 느슨해 총기사고를 막기엔 불충분하다고 주장했다.
15시간 동안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끝에 표결 절차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던 민주당 크리스 머피 의원의 ‘총기구매자 신원조회’ 법안은 찬성 44, 반대 56으로 공화당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이 법안은 박람회나 인터넷에서의 총기 판매자뿐 아니라, 개인 총기 판매자의 신원조회까지 의무화하는 초강력 법안이었다. 머피 의원의 지역구인 코네티컷주의 샌디훅 초등학교에서는 2012년 총기 난사 사건으로 어린이 20명과 교직원 6명이 목숨을 잃은 바 있다. 민주당의 다이앤 파인스타인 의원이 발의한 ‘테러 의심자 총기구매 방지’ 법안도 찬성 47, 반대 53으로 묻혀버렸다. 이 법안 역시 법무부가 테러 의심자에 대한 총기 판매를 금지시킬 수 있도록 폭넓은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이었다.
공화당의 찰스 그래슬리 의원이 발의한 총기규제 관련 법안은 정신건강 상태 기록을 살펴볼 것을 권장하는 수준이고, 같은 당 존 코닌 의원의 법안은 테러 가능성이 의심되는 사람에 대해 72시간 동안 총기 판매를 보류할 수 있게 했지만 입증 책임은 행정부에 뒀다. 민주당은 두 법안이 ‘구멍’을 막기엔 부족하다고 판단했고, 총기규제 자체에 반대하는 공화당원들은 다른 이유로 역시 부결에 합류했다.
총기규제의 빈번한 실패는 총기 보유를 자유로 보는 미국의 역사와 문화 탓도 있지만, 전미총기협회(NRA)의 강력한 로비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총기 규제를 강력하게 반대하는 전미총기협회가 100명의 상원의원을 대상으로 매긴 점수를 보면, 56명의 의원들이 ‘A(에이)’ 등급을 받았다. A등급은 총기규제를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는 의원들이다. 민주당 의원 46명 가운데도 ‘A’ 등급이 7명이나 된다. 이 단체가 ‘F(에프)’ 등급을 매긴, 즉 총기규제를 주장하는 의원은 민주당 32명, 공화당 1명 등 모두 33명에 그쳤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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