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6.23 10:59
수정 : 2016.06.23 11:57
마틴의 ‘동성 연인’이었다는 남성, 방송 인터뷰 출연
“총기난사는 라틴계 게이에 대한 복수심에서 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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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스 나이트 클럽 총기 난사 테러 용의자인 오마르 마틴(29)의 생전 모습.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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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펄스 나이트클럽에서 총기를 난사해 49명을 살해한 오마르 마틴(29)이 라틴계 게이 남성에 대한 개인적 복수로 총기를 난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미국에서 급진화한 자생적 테러리스트의 소행’으로 보인다는 수사 당국의 주장과 배치되는 새로운 주장이다. 그의 범행 동기를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미국 방송 <유니비전>은 21일(현지시각) 올랜도 테러를 저지른 오마르 마틴의 연인이라 주장한 한 남성과의 인터뷰를 전했다. 인터뷰에 등장한 이 남성은 “마틴은 100% 게이였다”며 “올랜도 테러는 라틴 남성에게 이용당했다고 생각한 마틴이 복수 차원에서 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신변 보호 차원에서 약간의 분장을 하고 ‘미겔’이라는 가명으로 등장한 이 남성은 “마틴은 푸에르토리코 출신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뒤, 상대방이 에이즈(HIV) 양성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분개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마틴은 자신이 에이즈에 감염된 줄 알고 겁을 먹었는데, 다행히 결과는 음성으로 나왔다. 하지만 음성 결과가 나오는 데에는 4~5달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회고했다. 그는 “결과가 나온 뒤 나는 마틴에게 ‘이제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는데, 그는 ‘그들이 나에게 한 짓에 대해 갚아줄 것이다’라고 했다”고 밝혔다.
방송에 등장한 미겔은 지난해 게이 만남을 주선하는 웹사이트를 통해 마틴을 처음 만나 사귀게 됐다고 주장했다. 마틴을 매우 자상한 남성이었다고 기억한 그는 “그는 실제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고, 그저 자신이 35살의 기혼남이라는 것과, 아들이 하나 있다고 했다”고 했다. 마틴과 지난해 12월까지 15~20번 정도 만남을 이어갔다는 미겔은 “그는 갈색 피부를 가진 라틴계 게이를 좋아했다”며 “마틴은 아마도 자신이 게이라는 점을 숨기기 위해 결혼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마틴이 범행 장소로 고른 ‘펄스 나이트 클럽’에서는 테러 당일 라틴의 밤 행사를 하고 있었고, 피해자들의 대다수도 라틴계 남성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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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자리한 펄스 나이트 클럽 앞에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과 장식물이 놓여 있다. 올랜도/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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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겔은 마틴이 동성애를 혐오하는 아버지에 대한 스트레스를 종종 털어놨으며, 미국의 전쟁 범죄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마틴은 ‘게이는 악마이며, 다 죽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아버지의 극단적인 시각에 많이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미겔은 “마틴은 테러리즘을 없앤다는 이유로 무고한 여성과 아이들을 죽이는 미국의 전쟁범죄에 비판적이었다”며 “마틴이 이런 얘기를 할 때마다, 나는 ‘너의 말이 맞다’고 동의해주곤 했다”고 기억했다.
인터뷰를 하기로 결심한 계기가 무엇이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미겔은 “미국 시민으로서, 그리고 게이 남성으로서 (사실을 말하는 것이) 나의 책임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미겔은 올랜도 테러 직후 미 연방수사국(FBI)에 직접 연락했으며, 수사관과 세 번 만나 관련된 진술을 했다고 전했다.
한편, 로레타 린치 미 법무장관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마틴이 동성애자였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지만, 정확한 범행 동기를 밝혀내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린치 법무장관은 “마틴이 누구였고, 그가 과거에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알아낼수록, 그 어떠한 범행 동기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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