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새벽 미국 올랜도 총기참사 피해자들이 밀려든 올랜도 지역 메디컬 센터에서 일한 외과 레지던트 조슈아 코르사가 신었던 새 운동화가 피해자들의 피로 물들어 있다. 코르사 페이스북 갈무리.
지난 12일 새벽 미국 올랜도 총기참사 피해자들이 밀려든 올랜도 지역 메디컬 센터에서 일한 외과 레지던트 조슈아 코르사가 신었던 새 운동화가 피해자들의 피로 물들어 있다. 코르사 페이스북 갈무리.
피로 물든 한 켤레의 운동화가 미국을 울리고 있다.
운동화의 주인은 조슈아 코르사(35). 올랜도 지역 메디컬 센터(ORMC)의 외과 레지던트다. 12일 새벽 올랜도 총기참사 피해자들이 병원으로 밀려들 때 운동화는 새것이나 다름 없었다.
코르사가 운동화의 ‘얼룩’을 알아차린 건 하루가 지난 13일 오전이었다. 24시간 근무의 끝자락에 총기참사 피해자들을 맞이한 코르사는 ‘전쟁’ 같은 몇 시간을 보냈다. 겨우 쪽잠을 자고 병원에 복귀한 코르사에게 전날 그가 신었던 운동화가 눈에 들어왔다. 운동화는 환자들의 피로 물들어 있었다. 그는 “월요일 아침 내 신발을 보기 전까지 (총기참사가 꿈이 아닌 현실이라는 사실이) 와 닿지 않았다”고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지난 17일 미국 WMFE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코르사가 자신이 올린 글을 읽고 있다. 그는 이날도 붉게 물든 운동화에 위생 커버를 씌워 신고 있었다. WMFE방송 누리집 갈무리
그는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페이스북에 운동화 사진과 함께 그의 생각을 적어 올렸다.
“이게 토요일 밤 신었던 내 작업화에요. 일주일도 안 된 새 거에요. 오늘 아침 출근해 이게 내 방 구석 한 무더기의 더러운 옷 옆에 있는 것을 봤어요.
난 지금껏 잊고 있었어요. 섬유 사이로 물든 이 신발에는 무고한 54명의 피가 있습니다. 나는 어떤 게 이성애자 것이고 어떤 게 동성애자의 것이었는지, 어떤 게 흑인의 것 혹은 히스패닉의 것이었는지 알지 못합니다.
내가 아는 건 그들이 고통과 비명, 죽음과 함께 물밀듯이 우리에게 왔다는 겁니다. 그리고 어떻게든지 그 혼돈 속에서 의사와 간호사들, 기술자들과 경찰, 구급요원 등이 연민과 걱정에서 비롯한 초인간적 행동을 보였습니다.
그 환자들의 몸에서 쏟아져 나와 내 옷과 신발을 적신 이 피는 영원토록 나를 물들일 것입니다. 이 붉은 로르샤크 무늬에서 나는 영원토록 그들의 얼굴을 볼 것이며 그 어둠의 시간들 속에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바친 이들의 얼굴을 볼 것입니다.
아직도 엄청나게 많은 일이 남아 있습니다. 그 중 일부는 결코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일하는 동안 나는 이 신발을 계속 신을 것입니다. 그리고 (올랜도 총기참사의) 마지막 환자들이 우리 병원을 떠날 때, 나는 (이 신발을) 벗고 내 사무실에 둘 것입니다.
나는 내가 출근할 때마다 내 앞에 이 신발이 있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왜냐면 6월 12일, 인간의 가장 악랄함이 고개를 든 뒤 나는 최고의 인류애가…바로 반격에 나서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나는 그 밤을 절대 잊고 싶지 않습니다.”
가까운 이들과 자신의 생각을 나누려고 페이스북에 올렸던 이 글과 사진은 미국은 물론 세계인들을 울렸다. 참사 아흐레 뒤인 21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 당시에도 코르사는 붉게 물든 그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코르사는 자신의 글과 사진이 화제가 되자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비공개로 바꿨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디스팩트 시즌3#8_세월호 잠수사 "이주영 장관 의형제 맺자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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