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7.04 16:20
수정 : 2016.07.04 19:41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이어 일주일 만에 소환
고 사장 “회계사기 지시 안해”
정관계 로비로 수사 확대될 듯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와 경영진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압수수색한 지 한달도 채 안돼 핵심인물인 고재호·남상태 두 전직 사장을 모두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 당국의 부실 관리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향후 수사가 산업은행을 비롯한 정·관계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은 4일 고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2012~2015년 재임)을 피의자 자격으로 불러 밤 늦게까지 조사했다. 지난달 27일 남 전 사장을 소환한 지 일주일 만이다.
이날 오전 9시15분 서울중앙지검 별관에 출석한 고 전 사장은 ‘5조원대 회계사기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회사의 엄중한 상황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답했다. ‘회계 자료조작을 지시한 목적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고 전 사장은 “지시한 바 없다”고 답했다.
검찰은 고 전 사장이 재임 기간인 2012~2014년 총 5조4000억원대의 회계사기를 지시하고 관여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해양플랜트·선박 사업 등에서 원가를 축소하고, 매출액 또는 영업이익을 과다 계상하는 수법 등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간에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았던 김아무개(61) 전 부사장은 지난달 25일 회계사기 혐의로 이미 구속됐다.
2013년 4409억원, 2014년 4711억원의 흑자를 냈다고 공시한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실사 격과 각각 7784억원, 7429억원의 적자를 냈다고 수정 공시했다. 검찰은 대우조선해양이 회계조작을 통해 재무구조가 좋은 것처럼 속여 회사채와 기업어음 등을 발행해 금융권에 수십조원의 피해를 입힌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두 전직 사장의 개인 비리 혐의가 확인되면, 관리·감독기관인 산업은행과 정·관계 로비 의혹 등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 전 사장의 경우 이명박 정부 시절 고위 인사들을 대상으로 ‘연임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10년 강기정 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남 전 사장이 이 전 대통령 부인인 김윤옥씨를 상대로 연임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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