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6.08.05 09:21 수정 : 2016.08.05 09:26

KBS 탐사보도팀이 기획했으나 일부만 방송
제작 과정서 불방·제작 자율성 침해 논란 일어
최문호 기자가 뉴스타파로 옮겨 새롭게 추진

친일인사 200명의 서훈 내역 400건 밝혀내
근본적인 주제 의식은 “독립운동, 민주이념”

‘훈장과 권력’ 4부작 잇따라 방영

비영리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는 ‘훈장과 권력’ 시리즈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14개의 훈장을 받는 등 “독재에는 관대하지만 민주에는 인색한” 대한민국 서훈의 역사를 짚었다. 뉴스타파 화면 갈무리
불방, 제작 자율성 침해 등의 논란을 빚은 뒤 애초 기획 가운데 일부만 방송됐던 <한국방송>(KBS)의 ‘훈장’이 비영리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에서 온전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찾는다.

뉴스타파는 지난달 28일 ‘훈장과 권력’ 4부작 가운데 1부인 ‘‘민주’ 훈장이 없는 나라’를, 4일에는 2부인 ‘최초공개, 대한민국 훈장받은 친일파’(친일과 훈장)를 인터넷으로 내보냈다. 이는 오는 11일 공개될 3부에서도 이어지며, 18일 마지막편인 ‘훈장, 정권의 수사학’(가제)으로 전체 시리즈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기초 자료는 대한민국 정부가 지난 70여년 동안 집행한 72만여건의 서훈 내역으로, 이를 통해 한국 현대사의 큰 흐름을 읽는다는 취지다.

애초 행정자치부가 공개하지 않고 있던 서훈 내역을 소송까지 벌여 받아낸 것은 한국방송 탐사보도팀이었다. 2015년 66만여건을 받아냈고, 거기에도 빠져 있던 정보들을 더 찾아내 전체 72만여건의 서훈 내역을 확보했다. 한국방송은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6~7월께 ‘간첩과 훈장’, ‘친일과 훈장’ 2부작을 방송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방송 날짜가 계속 미뤄지고 제작진이 데스크의 일방적인 지시에 반발하는 등 불방, 제작 자율성 침해 논란이 일었다. 올해 2월에야 제작진이 데스크 지시를 수용해 ‘간첩과 훈장’이 ‘훈장’이라는 포괄적인 제목으로 고쳐져 <시사기획창>으로 간신히 방송됐으나, ‘친일과 훈장’은 제작이 중단된 채 전파를 타지 못했다.

그러던 중 제작진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최문호 기자가 지난 2월 뉴스타파로 자리를 옮겨 훈장 시리즈를 다시 기획하기 시작했다. 뉴스타파는 시리즈를 예고하는 ‘프롤로그’ 영상에 “케이비에스(KBS)가 지른 빗장, 뉴스타파가 열다”라는 제목을 붙이기도 했다. 뉴스타파의 주된 초점도 한국방송에서 다루지 못했던 ‘친일과 훈장’에 맞춰져 있다. 그동안 친일 인사들에 대한 서훈은 인물별로 조금씩 알려지긴 했으나, 전체 규모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스타파는 대한민국 정부가 친일 인사 200명에게 400건의 서훈을 수여한 내역을 밝혀냈다. '친일과 훈장'은 애초 KBS 탐사보도팀이 기획했던 훈장 시리즈의 중심 주제다. 뉴스타파 화면 갈무리
뉴스타파는 신원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던 6000여명을 새롭게 조사했고, 민족문제연구소와 공동 작업을 통해 220명의 친일 인사들이 해방 뒤 대한민국 정부에서 400건의 훈장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친일 인사들의 묘지를 찾아가 묘비 내용을 일일이 확인하고 인사 기록 등 각종 자료들을 파고들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 ‘친일 경찰’의 대명사로 꼽히는 노덕술(1899~1968)이 이승만 정권 때 3건의 훈장을 받은 사실도 처음으로 밝혀냈다. 역대 정권별로 보면, 이승만·박정희 정권이 친일 인사에게 집중적으로 훈포장을 줬다. 전체 400건 가운데 박정희 정권이 206건, 이승만 정권이 162건이다. 직업별로는 군인이 180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문화예술 66건, 관료 42건 등으로 나타났다.

1부 ‘‘민주’ 훈장이 없는 나라’는 “대한민국 서훈이 독재에는 관대하고 민주에는 인색했던” 모습을 드러냈다.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는 무려 14개의 훈포장을 받았고, 스스로에게 준 것도 있었다. 그는 5·16 쿠데타, 3선 개헌 등 독재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기여한 고위직들에게도 대거 훈포장을 줬다. 12·12 군사 반란으로 집권한 전두환 등 신군부 역시 스스로에게 대거 훈포장을 내렸는데, 광주민주화운동을 진압한 지휘관들도 포함됐다. 반면 뉴스타파는 ‘민주주의에 기여한 공로’로 수여된 서훈은 거의 없고, 그나마 이승만 정권 시기에 국한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한열, 박종철 등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까지 잃은 이들은 아직도 서훈 대상이 아니다.

뉴스타파 훈장 시리즈는 12·12 군사 반란으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 등 신군부 세력이 광주민주화운동을 진압한 지휘관에게도 서훈을 주는 등 대한민국 서훈 역사가 독재에 관대했다고 비판한다. 반면 민주주의에 기여한 공로로 수여된 서훈은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뉴스타파 화면 갈무리
한국방송에서 방송된 ‘훈장’과 뉴스타파 훈장 시리즈의 근본적인 주제 의식은 동일하다. “대한민국 훈장의 역사가 독립운동과 민주이념 등 헌법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방송 ‘훈장’을 보면, ‘친일’(독립운동)과 ‘독재’(민주이념) 모두와 연관이 깊은 이승만·박정희 정권 관련 내용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최문호 기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한국방송에서는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주제를, 뉴스타파에 와서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한국방송 탐사보도팀의 규모와 위상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제작진의 자율과 의지가 제대로 구현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